우리말바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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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는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 

TV 사극을 보면 간혹 사형 장면이 나온다. 사형수가 포박된 채 꿇어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고 머리를 풀어헤친 사내가 그 주위를 맴돌며 칼춤을 춘다. 칼을 이리저리 휘두르고 다리를 들썩이며 한바탕 춤을 춘다. 가끔 입에 물었던 물을(또는 술을) 긴 칼에 뿜어댄다. 얼굴 모습은 마치 짐승과 같고 눈에는 살기가 번뜩인다. 사형수는 겁에 질려 혼이 빠진다. 이윽고 사내는 죄인의 목을 내리친다. 참으로 끔찍한 장면이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모질고 독한 사람이 아니면 이런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역시 중죄를 짓고 감옥에 갇혀 있는 사형수가 이런 일을 했다고 한다. 사형에 처해야 할 죄인을 뽑아 특별히 살려두고 다른 죄인의 목을 치는 일을 시켰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망나니’라 불렀다고 한다. '망나니'는 원래 ‘막난이’가 변한 말이다. ‘막난이’에서 ‘막난’은 ‘함부로 된’ ‘막된’을 뜻한다. ‘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막난이’는 함부로 된 사람, 막된 사람을 뜻한다. 이 '막난이'가 변화해 '망나니'가 됐다고 한다. 발음의 편리성을 따라 '망나니'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망나니 역시 흉악범이므로 본성이 포악하고 행동이 거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속성이 일반인에게도 확대 적용돼 언동이 몹시 막된 사람을 '막난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말이나 행동을 사회 규범에 어긋나게 하는 막된 사람의 짓은 ‘망나니짓’이라고 한다. 

  최근 어느 국회의원이 페이스북에 "망나니 칼춤을 멈춰라"고 올려 문제가 됐다. 보통사람이라면 차마 사용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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