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들의 언행|장래보다 목전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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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처럼 여야 합의에 의한 새 헌법안이 국회통과에 이어오는 27일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될 것이 분명해 짐에 따라 대권주자들의 선거 전초전은 한층 가열화되고 있다. 김영삼민주당 총재의 후보출마 공식선언으로 극적인 상황변화가 없는한 대통령선거전은 일단 4파면으로 전개될것 같다.
야당후보의 단일화 실패가 두 김씨 진영에서 무어라고 설명을 하건 야당진영을 위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뿐더러 그것은 국민여망에 대한 배신이라는 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두 김씨가 몌별(결별), 제각기 갈길을 재촉하고 있는 마당에 단일화 문제를 새삼 거론하는 것은 공소한 주문으로만 비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우리는 모든 대권주자들과 이들의 추종자들이 앞으로 얼마나 페어플레이를 할지 궁금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후보로 나서는 것은 원칙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다만 어떤 경우건간에 국민들의 최대관심사는 선거가 공명하고 공정하게 치러져 국민 모두가 승복하는 결과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선거의 가장 바람직한 양태는 모든 후보자들이 자신의 정치적비전과 정책을 떳떳이 밝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지지기반을 확산해 나가는 것이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선거전은 무책임한 공약의 남발, 선심경쟁등 벌써부터 분위기를 과열과 혼탁으로 몰아넣고 있어 유감스럽기만 하다.
선거철이 되면 으례 사람들의 마음이 들뜨고 감정에 의해 좌우되기 쉽다. 선거공약만해도 당장 눈앞에 어른거리는 표를 더 많이 얻겠다고 경쟁적으로 남발된다는것은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공약은 국가의 장래를 내다본 장기적 안목과 무게를 갖고 있어야지 목전의 이득만을 노린 사탕발림이어서는 안된다.
요즘 신문을 보면 매일처럼 각진영이 내놓고 있는 큼직한 공약으로 뒤덮이다시피 하고 있다. 민정당이 광주직할시의 광역화, 장애자 의료보험의 추진등을 내걸면 여기에 질세라 야당 후보들은 농촌부채의 탕감, 추곡수매가의 고율인상등 어이없는 공약 남발로 대항하려 한다.
이런 공약들이 모두 실현되면 얼마나 좋을까만 그 가운데는 현실화될 수 없는 것이 수두룩하게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내거는 것은 어찌보면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는 지탄마저 받을 여지가 있다.
대권주자 모두가 간파해서 안될 점은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과거처럼 선거가 끝나면 뻔히 공약이 되고마는 공약이 무엇인지 이제국민들은 판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공허한 공약의 남발에 국민들은 오래전에 식상해 있고 자칫 그것은 득표요인은 커녕 역효나 빚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원색적인 비방이나 흑색선전의 경우도 물론 마찬가지다. 설득력 없는 아전인수격 주장이나 비방으로 자신에게 피해를 줄뿐 아니라 마침내 이 나라정치풍토의 건전화마저 먹칠을 하지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와같은 공약의 남발로 대세를 휘어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정치일선에서 하루속히 뗘나달라고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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