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쓴맛' … 상대 포백 못 뚫고 우리 포백 뚫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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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라르스 야콥센(왼쪽에서 두번째)이 전반 42분 동점골을 터뜨리고 있다. [홍콩 로이터=연합뉴스]

파죽지세의 아드보카트호에 제동이 단단히 걸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일 홍콩에서 벌어진 칼스버그컵 결승에서 덴마크에 1-3으로 졌다. 칼스버그컵 도전 네 번째 만의 우승도, 유럽팀 상대 9연속 무패도, 덴마크전 2패 후의 설욕도 물거품이 됐다.

덴마크는 알려진 대로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중원의 압박을 바탕으로 한 역습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팀이다. 한국과 비슷한 팀 컬러다. 한국팀은 전통적으로 수비 위주의 팀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한국이 브라질처럼 다양하고 화려한 공격력을 가지지 않는 한 수비 위주의 팀에 고전할 수밖에 없다. 아랍에미리트에 진(0-1)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덴마크의 포백을 쉽사리 뚫지 못했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항상 강조해 온 미드필드의 우위도 점하지 못했다. 덴마크는 전지훈련 기간 중 한국과 경기를 한 팀 중 독일월드컵 본선에서 맞닥뜨릴 스위스와 가장 유사한 팀 컬러를 가졌다는 평가다.

전반 13분 터진 조재진(시미즈)의 선제골 이후 한때 공격에 활기를 띠기도 했지만 전반 42분 라르스 야콥센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에는 훨씬 단단해진 덴마크의 수비벽에 막혀 이렇다 할 공세를 펼치지 못했다. 후반 20분 터진 예스퍼 베크의 역전골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한국 선수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고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덴마크는 공세로 전환해 한국 진영을 흔들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부진한 박주영(서울) 대신 이천수(울산)를, 미드필더 김두현(성남) 대신 이동국(포항)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한국은 끝내 전열을 가다듬지 못했고 40분 미하엘 실베르바우어에게 쐐기골까지 내줬다.

이전까지 다듬어져 가던 포백 수비는 전반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공격할 때 앞으로 치우쳤다가 덴마크의 기습 전진패스 한방에 뒷공간이 열리는 약점을 노출했다. 후반 역전골을 허용한 뒤에는 급격히 흔들리며 경험 부족도 드러냈다.

수비 위주의 팀을 상대로 골을 넣기 위한 힌트도 얻었다. 세트플레이였다. 전반 백지훈(서울)이 날린 코너킥은 수비수 사이를 파고들던 조재진의 머리를 맞고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조재진은 2004 아테네 올림픽 말리전에서의 연속 헤딩골을 연상시키며 헤딩슛에 특히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전지훈련을 통해 경쟁자 이동국에게 밀리는 인상을 주었던 조재진은 아직 이동국이 못 해낸 골을 성공시킴으로써 경쟁력을 회복했다. 한국은 전지훈련에서 넣은 다섯 골 중 세 골을 세트플레이로 기록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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