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6개국 요리 맛 볼 수 있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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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11년에 문을 연 경기도 수원 ‘다문화 푸드 랜드’가 존폐위기에 몰렸다. 수원시의 지원이 줄면서 손님들의 발길도 크게 줄어 썰렁하다. [수원=장진영 기자]

2011년에 문을 연 경기도 수원 ‘다문화 푸드 랜드’가 존폐위기에 몰렸다. 수원시의 지원이 줄면서 손님들의 발길도 크게 줄어 썰렁하다. [수원=장진영 기자]

23일 오전 10시40분 경부선 수원역 인근 팔달구 매산로 역전시장 상가 지하 1층 ‘다문화 푸드랜드’. 지하 1층 주차장과 연결된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LED 조명이 복도를 환하게 비췄다. 복도 좌우로 모두 7개의 점포가 있었다. 캄보디아·중국·우즈베키스탄·태국·베트남·몽골 음식점 등이다. 점심시간이 다 돼가도 점포들은 조용했다. 간판에 조명이 들어온 곳도 캄보디아·태국 음식점뿐이었다. 다른 외국인 음식점은 점심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앞서 지난 22일 오후 6시에 찾아갔을 때도 한가하기는 점심 때와 마찬가지였다. 수원역 주변 음식점에 손님들이 북적이는 것과는 달리 다문화푸드랜드엔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식당가 한쪽에 마련된 공연장(265㎡) 역시 썰렁했다.

존폐 위기 수원 ‘다문화 푸드랜드’ #2011년 국비 등 3억원 들여 개장 #수원시, 조성후 홍보 등 지원 뒷전 #반짝 인기 끌다 손님 발길 끊어져

국비 8000만원을 포함해 3억3200만원이 투입된 수원 역전시장의 ‘다문화 푸드랜드’가 존폐위기에 놓였다. ‘다문화 푸드랜드’는 경기도와 수원시가 관광객 유치와 상권 활성화를 위해 2011년 조성했다. 각국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다문화가족의 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조성 초기엔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주말에는 멀리 대구·광주 등에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푸드랜드 조성 후에 수원시의 홍보 지원 등이 줄면서 손님들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외국인 음식점 업주 A씨는 “역세권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다문화 푸드랜드가 조성됐다”며 “한국인들이 입주를꺼려하는 곳에 가게를 연 상황에서 지자체의 홍보 노력마저 없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음식점 ‘타슈켄트’의 사장 위샤리온(56)은“한 달에 버는 게 300만원이 채 안되는데 임대료, 전기·수도요금, 재료비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 찾아오는데 한참을 헤맸다고 하는데 안내 표지판이라도 달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홍보사이트라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주변 상가 상인들과 화합하지 못한 점도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1층 상가 옷가게 주인 김모(60)씨는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다 외국인들끼리 자주 싸워 무서워서 잘 안가게 된다”고 말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푸드랜드 조성 이후에도 한동안 위해 조명개선 등을 지원해왔지만 예산 문제로 계속 지원하기는 힘들다”며 “ 외국인 점포 상인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권 경기대 다문화교육센터장은 “다문화 음식점 정착엔 주변상권과의 융합과 접근성 강화가 중요하다”며 “외국음식축제 등을 통해 고객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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