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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현행법 위반!...내수활성화 대책 실효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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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2.6%를 달성하려면 1분기에 0%대 중반은 성장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써는 어려울 수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3일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을 만들어 발표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마디로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다. 과장이 아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 정책들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소비 제약 및 관련 업황 악화 ^경기 침체로 인한 고용 부진 및 가계소득 증가세 둔화 ^물가 상승과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여력 제한 등의 악재들에 포위돼 있다. 이른바 ‘퍼펙트 스톰’(여러 개별 악재들이 동시에 발생한 최악의 상황)의 한가운데에 있는 형국이다.

‘경기 침체→소득 감소→소비 위축→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소비 심리도 나쁘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전분기 대비)은 지난해 2분기 1%에서 4분기에 0.2%로 추락했다.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맞은 음식점업은 지난해 9월 이후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저소득층은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 가구(5분위 분류 기준)의 소득은 지난해 1~3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두 달 만에 빨간 불 들어온 경제성장 목표...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에 전문가들, “효과는 의문”

정부 입장에서는 손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골든타임’을 놓쳤다가는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 내수활성화 대책의 목표는 간단하다. ‘있는 사람’에게는 소비 심리를 회복시켜 돈을 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없는 사람’에게는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기조하에 80여 개의 방대한 대책을 담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다 내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 대책들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대표적이다. 한 달에 한 번 ‘가족과 함께하는 날’(금요일)을 지정하고 평소보다 2시간 앞당겨 오후 4시에 퇴근하도록 하는 제도다. 대신 그 주는 월~목요일에 30분씩 연장근로를 하는 조건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칼퇴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현행법 위반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초과 시 무조건 연장근로수당을 50% 가산해서 줘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월~목 초과근무를 하면 기업은 초과근무수당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 문제 때문에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부담만 늘어나고 실익은 없는 조치를 기업들이 왜 도입하겠느냐”고 말했다.

세금 인하를 통한 호텔·콘도 요금 10% 인하 유도 방안도 논란의 대상이다.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고시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에 손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고시가격만 내리고 실제 요금은 안 내릴 경우 세금만 깎아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취업을 원하는 일반계고 학생들에게 취업특강·진로상담·직업훈련을 시켜준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작 업계 요구사항들은 제외됐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식사비(3만원), 선물(5만원), 경조사비(10만원) 상한선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야당 등에서 발목을 잡지 않을 만한 내용들로만 대책을 만든 것 같다. 효과가 클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마른 수건을 짜내듯이 해서 열심히 준비한 것 같긴 하지만 단기적이고 급조된 정책은 오히려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길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성장률을 높여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이승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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