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플레이 실종된 여자 매스스타트

중앙일보

입력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팀플레이 작전이 실종됐다.

팀플레이 실종된 여자 매스스타트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강원도청)은 23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다. 최근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이번 대회에서도 김보름의 우승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금메달은 김보름의 몫이 아니었다. 우승은 일본 다카기 미호, 2위는 일본 사토 아야노가 차지했다.


일본의 팀플레이 작전이 성공했다. 매스스타트에 출전한 12명의 선수 중 일본 선수는 3명이었다. 일본 다카기와 사토는 경기 초반부터 속력을 높였다. 김보름이 선두로 나오려고 하면 다른 일본 선수가 김보름을 막았다. 속도가 떨어진 김보름은 아웃코스, 인코스 가리지 않고 앞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계속 막혔다. 

결국 김보름은 치고 나가지 못하고 2위 그룹에 머물렀고 12바퀴 이후엔 거의 한 바퀴를 뒤처졌다. 김보름은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일본 타카기 나나는 4위로 들어왔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김보름을 비롯해 박도영, 박지우 등 3명이 출전했지만 일본의 협공 작전에 말려 혼자만의 레이싱을 펼치기에 급급했다.

김보름은 경기 후 "앞으로 나가려고 하면 다른 일본 선수 한 명이 와서 막고 계속 내 속도를 죽였다. 완전히 일본의 작전에 말렸다"며 "우리는 따로 작전이 없다. 매스스타트는 워낙 변수가 많아서 특별한 작전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남자 매스스타트는 팀플레이가 이승훈(대한항공)의 4관왕을 만들었다. 이승훈과 함께 출전한 김민석과 이진영은 이승훈을 선두로 치고 나가게 하고 뒤에서 다른 경쟁자를 막는 희생적인 레이싱을 펼쳤다. 김민석은 3위, 이진영은 4위를 기록했다.

김민석은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일본의 작전을 보고 우리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나갔다. 일본 선수들을 견제하면서 (이승훈) 형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어 "승훈 형에게 고맙다.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선배로서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팀추월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금메달을 따줬다"며 "최상의 컨디션에도 4관왕을 하기는 힘든데 어려움을 이기고 4관왕을 이룬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승훈은 "후배들이 나를 위해 희생해 준 것을 안다. 그래서 고맙고 미안하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여럿이 함께 출전하는 팀추월이나 매스스타트는 우리 선수들끼리 작전을 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서로 호흡이 잘 맞아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오비히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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