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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연장근무한 수당 12조 ‘시한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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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기찬
김기찬 기자 중앙일보 고용노동전문기자
장원석 기자 중앙일보 기자

현재 국회에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그러나 이는 당장의 충격 완화를 위한 원포인트용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본지와 만나 “법 통과에 도움이 된다면 내가 사퇴하겠다. 근로시간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국회가 해소해달라”고 말했다.

추가 지급 소송, 대법 판결만 남아 #정부, 중기 충격 줄이는 개정안 제출 #야당선 “한시적 조치 안 된다” 반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행 법정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 여기에 연장근로(주당 12시간)와 휴일근로(16시간)를 포함하면 최대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게 기존 행정해석이었다. 그러나 휴일에 나와 일한 건 휴일근로이면서 연장근로이니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에다 휴일근로수당(100%)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소송이 줄을 이었다. 이런 소송이 14건이나 제기됐고, 법원이 이 중 11건에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만 남았는데 대법원도 곤란한 처지다. 판결이 확정되면 기업은 이제껏 미지급한 휴일근로수당을 다시 계산해 근로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추가 인원 확충도 필요하다. 이 돈이 무려 12조3000억원(한국경제연구원 추산)이다. 임금채권 유효기간인 3년치를 소급해 돌려줘야 해서다. 문제는 이 중 8조6000억원이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300인 미만)이 떠안을 부담이란 점이다.

이 충격을 줄이려 정부는 19대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에 나섰다. 법원 판결을 인용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다만 중소기업에 가해지는 충격을 덜기 위해 노사가 합의한 경우 주당 8시간의 특별 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2023년까지)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휴일근로수당은 8시간 이내에선 기존과 같이 통상임금의 50%만 가산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야당은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적 배려 조치에 반대한다. 영세기업을 포함해 모든 기업이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휴일 근로수당에 대해서도 ‘통상임금의 100%를 추가 지급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 차 때문에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논의 없이 폐기됐다.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됐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별취재팀=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장원석 기자, 이영민(이화여대 언론정보학4) 인턴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