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해외수주 청신호 … ‘팀코리아’ 다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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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김경환국토교통부 제1차관

김경환국토교통부 제1차관

정유년 벽초부터 우리 기업들이 해외인프라 시장에서 잇단 낭보를 전해왔다. 터키에서는 강력한 경쟁상대였던 일본을 제치고 3조원이 넘는 차나칼레 교량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하다. 이집트에선 수주가 유력시되던 프랑스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4900억원 규모의 카이로 지하철 3호선 차량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이를 계기로 터키의 고속철도 차량 공급, 이집트의 카이로 지하철 5호선 등 후속사업의 수주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2006년 이래 최저 수준인 282억 달러에 머물렀기에 이들 성과는 더욱 고무적이다. 세계 인프라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중남미 등 신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후 인프라 개선계획 발표를 계기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이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2013년부터 2030년까지 18년 동안 세계 인프라 투자수요가 57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SOC 예산 감소와 건설경기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우리 건설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내수 침체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하는 나라경제 차원에서도 해외인프라 시장 진출 확대는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세계 시장환경이 변하면서 국내기업의 해외건설 진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우리의 전통적 텃밭이었던 중동에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유가 지속 등으로 발주물량이 급격히 줄었고 단기간에 회복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단순 도급사업이 줄고 금융투자 등이 수반되는 투자개발형 사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일본은 강력한 금융경쟁력을 앞세워 해외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범국가적 협력을 바탕으로 한 ‘팀코리아(Team Korea)’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미 세계에서 입증된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시공능력에 공기업들의 우수한 인프라 운영 및 유지관리 노하우, 정부의 외교력과 정책금융기관의 금융 경쟁력 등을 결합한다면 승산이 있다.

정부는 해외투자개발사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기구를 설립해 민관의 협력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또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 수출금융 등의 지원을 확대하고 전직 대사, 국제기구 파견자 등 가용 외교력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내시장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선진형 입찰제도를 본격 시행하고 연구개발(R&D) 지원도 강화할 것이다.

분명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개도국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경제발전 성과와 성공적인 인프라 개발 경험이 있다. 우리 건설기업들이 해외 각지에서 성실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쌓아온 신뢰도 높다. 이런 소중한 자산을 바탕으로 민관이 하나된 ‘팀코리아’를 구성해 해외 건설시장 진출을 확대한다면 우리 건설산업이 앞으로도 나라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 확실하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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