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숨결 찾아' 비디오 아트 관람 행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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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국립현대미술관 1층 고인의 작품 '다다익선' 옆에 31일 백남준씨의 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는 3일까지 조문객을 맞는다. 안성식 기자

거장 백남준이 사후 우리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란 수식어를 실감 못하던 사람들은 이제야 현대예술에 남긴 그의 큰 발자취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백남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늘고, 분향소엔 추모객이 이어지고 있다.

○…고(故) 백남준씨를 국내에서 조문할 수 있는 분향소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31일 오후 과천 본관 1층에 설치돼 있는 백남준씨의 1988년 작품 '다다익선(多多益善)' 앞에 대형 영정을 세운 분향소를 설치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한국미술협회.한국민족미술협회.경기문화재단이 공동주관해 3일까지 운영한다.

분향소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1층에도 설치됐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는 31일 고 백남준씨의 업적을 기리고 그의 예술세계를 추모하기 위해 제1회 광주비엔날레 당시 백씨의 출품작 '고인돌' 앞에 간이 분향소를 설치하고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조문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로봇, 백남준에서 휴보까지' 전시회장에는 백남준의 근작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하 1층에서 관람객을 맞는 로봇 작품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로봇은 과학과 예술을 접목하고 삶 속에 예술을 불어넣으려 한 고인의 뜻을 전하고 있다.

○…2003년 '백남준미술관 건축설계 국제현상공모'로 시작된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 미술관 건립도 주인공의 죽음으로 한층 속도가 붙게 됐다. 경기문화재단은 몇 년째 미뤄지던 미술관을 6월 착공해 2007년에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미술관 설계자인 독일 여성 건축가 키르스텐 셰멜은 "백남준 비디오 아트의 정신을 살려 예술로 미래를 사유하고 예술과 현실을 뒤섞는 것이 당선작 '매트릭스'의 요점"이라고 밝혔다.

○…백남준의 주된 활동무대였던 뉴욕에도 추모 열기가 뜨겁다. 마침 그의 작품 3점을 전시 중이던 한국문화원은 '무빙 타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회장에서 2일 추모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한편, 백씨는 지난해 11월 추위를 피해 플로리다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도 한국 여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제작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엄마'라는 가제가 붙은 이 작품은 4월께 발표될 예정이었다.

글=정재숙 기자, 뉴욕=남정호 특파원 <johanal@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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