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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 담당자 누구냐” 관료들, 야당 토론회에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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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A국장은 최근 10년 사이 2~3년마다 세 번 짐을 쌌다. 과학기술부에서 시작해 2008년 2월엔 교육과학기술부, 2011년 3월부터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일했다. 그는 2013년 3월엔 미래부로 옮겼지만 ‘박근혜 정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미래부는 야권 대선주자들이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4년 만에 네 번째 짐을 싸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조직을 흔드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고 싶겠느냐”며 “과학기술 분야는 노하우가 중요한데 장기 플랜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존폐설 도는 부처들 초비상 #과학 관료 “10년 새 네 번째 짐 쌀 상황” #교육부 ‘폐지 반박’ 내부문건 만들어 #경제부처, 넷으로 쪼개는 방안도 #“급격한 조직개편 혼란만 부추겨”

야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정부 조직개편안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면서 차기 정부에서 존폐설이 도는 부처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부처 폐지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를 담은 내부 문건을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정치권 등에 교육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여론전에 대비하기 위한 자료다. 교육부는 문건에서 “교육과정이나 입시제도 등 국가 수준의 교육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도 간 격차 해소 등도 교육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 및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세운 ‘교육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 설립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제 기구는 의사결정이 느리고 위원 구성에서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선주자들이 교육부를 폐지하겠다는 건 대통령이 되면 교육정책을 외면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ICTㆍ방송통신 분야 정부조직개편 방향’)에는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로 북적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변재일 의원,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민주당의 문재인 캠프에서 정부 조직개편을 담당하는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등이 눈에 띄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 부처가 당장 없어질지도 몰라 문재인 캠프에서 정부 조직개편을 담당하는 사람의 이름이라도 확인해두기 위해 급하게 야당 토론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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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폐에 대한 걱정까지는 아니지만 경제부처도 기능을 중심으로 한 부처의 개편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부처가 산업·통상·에너지(자원) 등 3개로 쪼개지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통상의 분리도 민감한 문제지만 산하에 공공기관이 많은 에너지(자원) 분야가 떨어져 나갈 경우 부처 규모가 쪼그라들 수 있다”며 “정치권 일각에서 산하 외청인 중소기업청을 부처로 승격하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 자칫하다가는 부처가 4개로 쪼개질 판”이라고 우려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있는 체제에서 운용의 묘를 살리면서 대응해야 한다”고 통상 조직 분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과의 기능 조정을 통한 금융부 신설, 금융감독위 부활 등 조직 해체가 거론되는 금융위원회도 마음이 다급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조직법과 금융위설치법 등을 관장하는 정무위원들과 접촉해 금융위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의 발언으로 폐지론이 불거진 여가부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단 “여가부가 없어지면 양성평등 정책이 우선순위에 밀릴 수밖에 없다”(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급격한 조직개편은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캠프에서 영입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나도 43년 동안 공직생활을 해왔지만 정부 조직개편에 전전긍긍하는 것은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며 “공무원은 앞으로 닥칠 일까지 예상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유미·남윤서 기자, 세종=박진석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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