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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교육부·미래부, 왜 해체 공약 나오는지 되새겨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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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유력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 공약이 관가를 강타하고 있다. 현 정권 4년 동안 국민 혼란만 초래했거나 국정 농단 사태 등에 연루된 정부 부처들은 비상이다. 해체나 축소 대상으로 거론된 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여성가족부·방송통신위원회 등은 특히 동요하는 모습이다. 어수선한 정국에 공직기강이 풀렸다는 비판이 거센데 공무원들이 눈치만 보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각 대선 캠프에 총력 로비를 펼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교육 신뢰 훼손하고 과학 부실 초래한 #두 부처 ‘해체한다’ 대선주자들 공약 #공무원들 통렬한 자성과 책임감 느껴야

물론 대선주자들이 집권 시 정부조직 구성 방안을 밝히는 건 바람직하다. 조직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패와 국가 경쟁력이 달려 있어서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정상 상황도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면 곧바로 차기 정권이 출범한다. 종전처럼 두 달여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중 청사진을 만들 시간이 없다. 대선주자들이 정부조직 구성 방향을 미리 내놓는 게 당연한 이유다. 하지만 국정 운영에 대한 비전과 철학 없이 국민 정서에만 기댄 포퓰리즘식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정권 과시용으로 5년마다 조직을 ‘뗐다’ ‘붙였다’ 하는 악습을 되풀이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해체’ 도마에 오른 부처들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상당하다.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그렇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교육부 해체·폐지’를, 안희정 충남지사는 합의제 기관으로의 기능 전환을 약속했다. 초·중등 교육은 지방교육청, 교육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가칭)로 넘긴 다음 교육부가 대학에서 손을 떼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교육부가 이런 운명에 놓인 것은 자업자득이다. 국정 역사 교과서 강행으로 인한 혼란, 잦은 입시 변경에 따른 학생·학부모들의 고통, 이화여대 사태 등 연간 2조원의 재정사업을 미끼로 한 대학 옥죄기 등 숱한 난맥상으로 이미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 교육 대계(大計)의 막중한 소명을 저버리고 조직의 안위에만 급급했던 탓 아닌가.

미래부 또한 다르지 않다. 4년간 대기업과 자치단체를 윽박질러 실체가 모호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국에 난립시키고, 연구개발(R&D)의 국제경쟁력만 떨어뜨렸다. 전국 19곳의 창조센터 중 상당수는 문패만 걸었을 뿐 개점휴업 상태다. 게다가 국내 총생산(GDP) 대비 R&D 정부 예산 비중이 4.23%(연 19조원)로 세계 1위인데도 국제경쟁력은 세계 11위에서 19위로 후퇴했다. 미래 먹거리와 기초과학의 핵심인 창의·융합·개방·자율형 생태계 조성은 뒷전으로 미룬 채 규제와 간섭만 즐겼던 것 아닌가. 비전 없이 시키는 일만 해온 미래부의 오늘이다.

교육부와 미래부는 통렬히 반성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교육과 과학 분야의 혁신 없이는 결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서 나갈 수 없다. 대선주자들도 더 구체적인 비전과 실행 가능한 개혁안을 마련해 국민의 평가를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