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역ㆍ서비스 분야 외국인 취업 완화해 해외 관광객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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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해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서비스ㆍ통역 분야의 외국인 취업 문턱 낮추기에 나섰다. 외국인을 활용해 해외 관광객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겠다는 의도다. 방일 외국인은 지난해 2403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400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통역과 조리사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이 규제 프리존의 일종인 국가전략특구에서 취업하기 쉽도록 할 방침이다. 외국인이 이 분야의 취업 비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실무 경험과 학력 등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현재 국가전략특구로는 해외 관광객이 많은 도쿄권과 간사이(關西)권, 후쿠오카(福岡)시 등 17개 지자체가 지정돼 있다.
내각부의 이 방침은 숙박ㆍ음식 업계에서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이들 분야의 인재난은 외국 유학생이 메우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외국 유학생은 지난해 10월 현재 20만9000명으로 5년 전에 비해 2.3배 늘어났다. 숙박ㆍ음식업계에 국한하면 유학생이 외국인 근로자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내각부는 이를 감안해 단기간 체류로 끝나는 유학생 대신 일본에 정착하는 전문 인재 확보로 문제 해결을 모색하게 됐다.
내각부가 상정하고 있는 규제완화 직종은 통역과 조리사ㆍ소믈리에ㆍ디자이너 등이다. 현행 일본 출입국관리 규정은 이 분야의 외국인 체류자격을 10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나 대학 졸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일본 국내외 자격시험 실적과 국제 기능대회 수상 경력이 있으면 실무 경험 조건을 완화하게 된다. 예컨대 외국인이 자국에서 일본어 검정시험에 합격하면 일본 호텔에서 근무할 수 있는 케이스도 검토된다. 외국인 수용 규제 완화 직종은 국가전략특구로 지정된 지자체가 결정하게 된다. 현재 특구로 지정돼 있는 오사카부(大阪府)는 해외 관광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호텔과 관광, 경비 분야의 글로벌 인재 수용을 정부에 요청해두고 있다.
외국인 수용 확대는 일본 콘텐트의 세계 진출을 모색하는 ‘쿨 재팬(Cool Japanㆍ멋진 일본)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패션 등 쿨 재팬로 알려진 분야에 종사하는 인재를 해외에서 받아들이면 일본 문화에 친숙한 외국인이 늘게 되고, 외국인 눈높이로 일본의 장점을 전달해 쿨 재팬의 해외 전개를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 방침은 외국인 인재 수용에 대한 현실적 접근이라는 측면도 있다. 일본 정부는 고도 지식과 기술을 가진 외국인이 영주권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해외 고급 두뇌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조건이 까다로와 전문 기술이 있어도 일본에서 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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