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진수 보이겠다"|10월에 대만팀 입단하는 박찬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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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시아농구의 여왕」으로 한때를 풍미한 박찬숙 (박찬숙·28)이 은퇴 2년만에 대만에서의 새출발에 들떠있다.
대만 여자실업농구팀에 입단하기 위해 내달 출국하는 박찬숙은 대만에서 한국여자농구의 진수를 전수할 것을 다짐하면서 강한 집념을 보인다.
그의 명성은 국내에서는 점차 시들어 가지만 대만에서의 인기는 대단하다.
『국내 코트가 아니어서 섭섭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기필코 한국여자농구의 진가를 되살려 보이겠습니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더 뛸수 있다는 자신이 서는데 그냥 있을수는 없었습니다.』
해맑은 얼굴은 나이가 들어보이지 않지만 조심스러워진 말과 행동이 세월을 느끼게한다.
아시아를 뛰어넘은 세계적 스타로 각광을 받아왔던 그의 새출발은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졌다.
지난 85년 3월 그가 은퇴한 이후 한국 여자농구는 마치 차를 뺀 장기판 같이 무력했다. 86년 8월 세계 선수권대회(소련)에서 하위로 전락했고 86아시안게임에서도 중공에 정상을 빼앗겼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박찬숙의 컴백이 자연스럽게 거론됐고 본인도 현역복귀를 자청하고 나섰으나 뚫어야 할 벽이 두터웠다.
딸(2)을 둔 주부로서 체력의 한계가 있고 상품광고에 모델로 출연, 아마추어자격을 상실했다는 주장에, 협회·실업팀의 미묘한 입장까지 겹쳐 선수복귀는 무산됐다.
이와함께 가정불화, 경제적 곤란등 꼬리를 물고나온 갖가지 맹랑한 소문이 그녀를 괴롭혔다. 그러나 박찬숙은 꺾이지 않았다.
지난 5월 창단을 앞둔 대만실업팀(백금보석팀)의 30대 젊은 회장이 직접 한국에 와 입단의사를 타진, 8월 입단계약을 체결했다.
대만팀 입단은 그의 명성이 해외에서도 아직 식지않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특히 대만측은 박찬숙이 한때 중공을 누르고 아시아정상에 섰던 한국여자농구의 기술과 팀웍을 전수할 수 있는 적격자로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하고나서 문밖 출입도 거의 하지 않다가 운동을 시작하니 처음에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차는등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대만진출이 확정된 이후 한달동안 체육관에서 매일 하오 3시간씩 체력단련을 하며 출전준비를 해오고 있다.
출국을 위해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도 이미 처분했고 같이 백금보석회사에서 홍보파트 일을 맡아볼 남편 서재석(서재석·(34))씨도 오퍼상을 정리중이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주위의 간청을 뿌리치고 은퇴했던 박찬숙이 밖에 나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지 궁금하다.<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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