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性] 벗으라 하니 정말 다~ 벗네

중앙일보

입력

성문화의 일탈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준 스와핑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한국 성문화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사람과 그날로 잠자리를 했다는 얘기가 더이상 치기어린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 현실. 부킹이 가장 잘 된다는 강남의 한 클럽에서 '욕망의 무대에 오른' 남녀들은 수많은 사람 앞에서 거침없이 속옷을 벗어던졌고 욕망에 목마른 사람들은 이를 마음껏 즐겼다.

스와핑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성모럴의 현장을 찾아보고 스와핑에 대한 각계의 의견, 중년의 왜곡된 성문화 현상 등을 진단한다.

'욕망의 해방구' 나이트클럽

서울 강남구 신사동 리버사이드 호텔 지하 '물(MOOL)' 나이트 클럽에서 욕망의 해방구를 찾아 모여든 20~40대 손님들의 변태 성행위 및 유사 스와핑이 벌어진다는 제보를 듣고 처음엔 믿지 않았다.

스와핑 관련 뉴스의 충격이 한창이던 지난 17일 새벽. 이 클럽에서 새벽 1시 무렵부터 댄스 경연대회가 시작됐다. 1등 상금은 100만원. 10여 명의 남녀 참가자들이 선보이는 몸짓은 더 이상 춤이 아니었다.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 참가자는 브래지어를 훌훌 벗어던지고 남성 참가자는 거침없이 팬티를 내려 성기를 노출했다. 옷을 벗은 채로 슬라이딩, 다리찢기등 온갖 기묘한 동작을 펼쳤다. 이날 우승은 브래지어를 벗고 팬티까지 화끈하게 내려 음모를 보여준 '대범한' 여성에게 돌아갔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켜보는 사람중에 눈살을 찌뿌리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모두 즐거운 표정일 뿐 아니라 '벗어라' '보여줘'를 열광적으로 외쳐댔다. 이런 곳에서 변태 성행위가 이뤄진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을 법한 분위기였다.

무너진 성 모럴, 최근 스와핑 사례는 급격히 변화된 성문화의 한 단면일 뿐이다.

이 클럽은 이른바 '부킹'이 잘되기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섹스 상대를 찾기 위해 이곳을 찾으며 대부분 성공한다. 하루에 약 2000명의 손님이 들며 이중 30대 기혼자가 가장 많다. 남녀의 비율은 4대6으로 여자가 훨씬 많다. 최소 수백 쌍이 이곳에서 상대를 만나 섹스를 즐긴다. 심지어 손님들은 클럽 룸 안에서도 즉석 정사를 벌인다.

클럽 경영진 중 한 사람인 J 씨의말. "60개 룸 가운데 20~30개에서는 오럴 섹스와 삽입 섹스가 이뤄진다고 파악하고 있다. 남녀 둘만 남겨두고 친구가 룸 문 밖에서 망을 봐주기도 한다. 여기서는 여관으로 가는 손님은 점잖은 사람이다. 웨이터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목격하지만 말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영업이 끝난 뒤 청소할 때면 남녀의 속옷, 스타킹, 휴지뭉치 등이 산더미처럼 나온다."

상황이 이 정도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절대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엘리트가 많다. 고학력 직장인이 주된 고객층. 한 웨이터에 따르면 부부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스와핑과 유사한 행위가 벌어지기도 한다. "두 쌍 또는 세 쌍의 남녀가 함께 와 룸을 잡고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면 부둥켜안는 상대가 계속 바뀌는 경우가 많다. 스와핑이 별건가. 최근 뉴스가돼서 시끄럽긴 하지만, 원래부터 흔한 일이었다."

30대 기혼자 가장 많아

이 클럽을 찾는 손님들은 어떤 생각일까. 손님들의 말을 들어 봤다.

"최근 3개월 동안 남편이 해외 출장중인 여성 등 6명과 관계했다. 호텔비를 낼 정도로 화끈한 여자들도 있었다"(Y 씨.31.무역업.미혼)
"누구나 마음 한켠엔 변태 성향이 있다고 한다. 친한 친구들이 스와핑을 제의하면 응할 것 같다,"(N 씨.여.32.회사원.기혼)
"여기서 만난 여성과 정기적으로 카섹스를 즐기고 있다. 대치동에 사는 4살 연상의 미시족 퀸카 주부다."(K씨.29.벤처 대표.기혼)

주고객층은 고학력 직장인

나이트 클럽 사업에 25년 동안 종사했다는 경영진 K씨에 따르면 최근 2~3년 전부터 성 윤리가 급속히 문란해졌다. 성에 집착하는 정도는 여성이 훨씬 심하다. 최근의 성문화 변화는 여성들이 성을 새롭게 생각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게 K 씨의 해석.

사회학자 최윤미 씨는 '여성의 성모럴이 한번에 무너지는 현상은 한국과 같이 여성 불평등이 심했던 사회가 보이는 공통적 패턴'이라면서 '그러나 일부의 일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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