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마지막에 저 펜스 넘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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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웃겠다.'

인기스타는 맨 나중에 나온다고 했던가. 이승엽(27.삼성)이 또 하나의 극적인 홈런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아시아 신기록 홈런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농담임을 전제로 했지만 이승엽은 "뜻대로 될 수 있다면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 홈런을 치는 게 가장 좋다"는 말을 했다. 최근 매 경기 따라다니며 이승엽 응원을 하고 있는 아내 이송정 씨도 같은 뜻을 나타냈다.이승엽은 2일 대구에서 롯데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확률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갈 정도로 낮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승엽은 그 동안 마지막 찬스와 인연이 깊다.

지난 해 이승엽은 팬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는 '라스트 홈런'을 두 개나 쏘아올렸다. 2002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인 10월 20일 광주 기아전에서 연장 13회 중월 솔로 아치를 그려내 홈런 더비 공동 선두였던 심정수(현대)를 2위로 밀어내고 2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했다.

또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도 9회 말 LG 이상훈으로부터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트렸다. 당시 한국시리즈 내내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이승엽이 시리즈 마지막 타석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향방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대포를 쏜 것이다.

세계 최연소 300홈런을 때려낸 지난 6월 22일 대구 SK전에서는 9회 말 마지막 타석에서 끝내기 만루포를 작렬, 통산 만루 홈런 타이(8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홈 구장에서 열린다는 사실도 큰 잇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대구에서만 34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우레와 같은 홈 팬들의 응원으로 이승엽의 집중력과 투지는 한껏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다. 반면 1만 2000명의 팬들이 일제히 "이승엽 홈런"을 외치는 것 만으로도 상대 투수의 기세는 꺾이기 십상이다.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의 56호 홈런. 그의 말마따나 '뜻대로 된다면' 이승엽의 56호는 한국 아니, 아시아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홈런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일간스포츠 =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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