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감세… 당신 생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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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올해 설에는 아무래도'증세-감세 논쟁'이 가족.친지들이 모인 식탁의 최대 화두가 될 것 같다. 당장 내 호주머니에서 돈이 얼마나 더 나갈지, 이로 인한 혜택이 어떻게 돌아올지는 모든 사람의 관심거리다.

이 논쟁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해 보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문제 제기(1월 18일 신년 연설)로 증세론이 불거져 나오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감세론을 펴고 "감세와 증세를 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맞서면서 불이 붙었다.

논쟁의 핫 이슈는 직접적인 세금 인상이다. 정부는 당장 증세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일자리 대책과 이것으로도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위해선 재원이 절대 부족하다고 한다. 증세론의 근거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세금을 더 거두고 국채를 발행하면 후대에 빚을 남긴다고 한다. 오히려 서민을 위한 감세론을 주창한다.

문제는 조세체계가 워낙 복잡해 증세.감세의 효과를 쉽게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부가세를 올리면 전 계층에 증세가 적용된다. 법인세.소득세를 높이면 많이 버는 사람들이 불리하다. 그나마 소득세를 내는 비율은 49% 정도다. 누구의 세금을 더 거둬 누구를 도와주느냐의 미묘한 철학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야당 주장에 따라 감세를 하려 해도 현실적으로 그 여지와 효과가 크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들고 나왔다가 불과 1주일 만인 25일 '당장 증세를 주장하지 않는다'고 후퇴한 데는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증세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양극화 해소 의지를 국민에게 각인시켜 점수를 따고, 야당의 반대 때문에 실행이 어렵다며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략적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증세-감세 논쟁이 정쟁화될 소지마저 있다.

이 때문에 우선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불필요한 사업 등 정부의 낭비성 예산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든 부처가 '불필요한 자기 예산'이 뭔지 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도 동의한 대목이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있듯이 무(無)기장, 간이 과세 제도의 문제점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정당한 세원을 늘려가는 방안도 개선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 위원장은 "작은 정부를 요구하기 위해선 책임과 의무는 다하겠다는 시민 정신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 뒤 정부나 야당의 구체적인 증세.감세 방안이 제시되면 공론의 장에 부쳐 생산적인 사회적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수순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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