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 개정의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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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에 노사분규를 겪으며 현행 노동관계법규가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새삼 알게 되었다.
한꺼번에 봇물갈이터진 노사분규 와중에 각종 불법, 위법행위가 속출했지만 법기능은 마비되고 법의 공백상태가 야기됐었다.
이제 민주화시대에 맞추어 노동관계법규도 노사 양측에 균형을맞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정당·노총·경제계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성안했고, 정부에서도 개정안을 만들 모양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이런 의견들을 수렴해 노동법·노동쟁의조정법·노사협의회법·노동위원회법·근로기준법등 이른바 노동관계법을개정할것 같다.
지금까지 제시된 각계의 개정안들을 보면 좀 더 신중히 다루어야할 문제들이 많이 노출되어 있다. 예를들어 정당에서 내놓은 개정안 내용을 보면 전환기적 상황과 앞으로 있을 선거등을 지나칠 정도로 의식한 나머지 노동관계법 개정이 경제에 미칠 충격은 소홀히 평가한 느낌이 든다.
노동관계법 개정에서 주요쟁점은 산별 노조의 허용문제, 유니언숍제도,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문제, 그리고 쟁의기간중 임금지급 문제등으로 요약된다.
산별노조문제에 있어서 민정당측은 노조 조직형태의 전면 자율화쪽으로 기울어 근로자의 자율적인 선택일 때는 산별 노조설립도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비슷한 주장이다.
이에반해 경총·전경련은 산별노조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 입장이다.
산별 노조문제는 노조운동의 효율화나 협상능력 강화등 이점이 있으나 문제는 그 잠재적 부작용이다.
우리처럼 노사현장이 격동의,소지가 많은 나라에서 산별노조를 허용하면 노사분규가 대형화하여 전산업 마비현상도 걱정해야 한다. 또한 일괄 협상에서 업체별 격차등을 감안하기 힘든다는 견지도 반대이유의 하나다. 경제계의 이와같은 주장은 일리가 있다.
유니언숍문제는 민정당에서는 노사자율에의 한 협약에 일임하여 유니언숍 제도입의 길을 트자는 쪽이다. 민정당안은 노조에서 제명되더라도 자동해고되지않도록 단서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노조가입의 자유가 보장되듯 탈퇴의 자유도 보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노조의 정치활동 인정문제에 있어서는 노조의 정치적이용 가능성과 관련시켜 여당과 야당간에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그 본래의 취지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걱 지위향상을 주목적으로 하는것임을 염두에 둘때 정치적으로 활동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정치활동은 계속 금지하도록 하는 현행규정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무난할것 같다.
쟁의기간중 임금문제는 지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용자가 악의로 단체교섭 기회등 시간을 끌때는 제3기관의 판정으로 지급케하는 길은 터 놓는 것이 옳다.
노사관계도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발전하는 것이 순리다. 이상과 현실은 가까울수록 마찰이나 갈등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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