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학교들 외면… '식물교과서' 수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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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15일까지 받았지만 전국에서 2곳만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사용을 신청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올해 1년간 시범운영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학교들의 외면으로 사실상 국정교과서가 ‘식물교과서’ 수순을 밟게됐다.

전국에 신청학교 2곳뿐
국립학교들도 신청하지 않기로
교육부, 20일 연구학교 지정 현황 발표

각 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까지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는 경북의 경북항공고와 문명고 등 2곳뿐이다. 보수 성향 교육감이 있는 경북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신청 학교가 없다.

이 같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파행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연구학교 지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감들이 국정교과서 반대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앞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국정교과서 폐기를 요구하며 연구학교 신청을 안내하는 교육부의 공문조차 일선 학교에 전달하지 않았다. 17개 시도 중 8곳만이 공문을 각 학교에 시달했고 일부 교육청은 공문을 보내면서 교육청의 반대 의견을 첨부하기도 했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데다가 내용 오류가 속출하면서 학교가 선뜻 나서기에 부담이 큰 탓도 있다. 일반 학교는 물론 교육부 소속인 12개 국립고도 연구학교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디지텍고는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했지만 교육청이 불허하자 연구학교 지정과 상관없이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연구학교도 아닌데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수업에서 사용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국정교과서 채택이 외면받았다는 게 확인됐다”며 “국정교과서 정책은 오늘부로 사실상 폐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17일까지 각 교육청의 신청 현황을 보고받고 20일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대로 올해 말까지 교과서를 보완하고 내년에는 국ㆍ검정 교과서를 혼용해 각 학교에서 선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회에 계류중인 이른바 ‘국정화 금지법’의 통과 여부와 조기 대선에 따른 정권교체 등의 변수에 따라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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