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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 25일 만에 낙마 … 대미 교두보 삼으려던 외교부 당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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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흔들리는 트럼프 리더십

마이클 플린

마이클 플린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사임(현지시간 13일 밤)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정권 출범 25일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러시아와 부적절한 정보 교환을 한 플린을 보호하긴 역부족이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끊임없이 클린턴 힐러리 후보의 ‘(e메일) 정보 유출’을 공격했던 전력이 있다.

러시아와 부적절한 정보 교환 들통
트럼프 미리 알았다면 도덕성 도마
친러 정책 기조에도 악역향 가능성
“틸러슨·매티스 영향력 더 커질 듯”
대표적인 지한파 … 한국 외교 차질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안보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플린이 지난해 12월 말 트럼프가 취임하기 한 달 정도 전에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통화하면서 대러시아 제재 등과 관련한 폭넓은 정보를 교환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국(FBI)이 통화 내용을 조사한 결과 ‘플린이 모스크바의 협박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트럼프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플린은 “사소한 대화(small talk)”라고 말했지만 러시아 측이 “그때 당신이 한 (대러시아 제재 해제 관련) 통화 내용에 대한 거짓말을 폭로하겠다”고 나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플린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제대로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펜스는 “별문제 없다”고 계속 주장해 문제가 커졌다.

워싱턴 정가에선 플린 낙마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의 친러 정책 기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CNN은 “트럼프가 플린의 부적절한 정보교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느냐에 따라 트럼프의 도덕성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며 “또 러시아가 이번 사태에 관여돼 있는 만큼 트럼프가 친러 정책을 펼치는 데도 역풍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백악관 내 대표적인 지한파인 플린의 갑작스러운 낙마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도 충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은 플린으로 보고 많은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11월 중순 한국 정부 대표로 방미한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을 시작으로 올 들어서도 임성남 외교부 1차관, 안호영 주미대사,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이 잇따라 플린을 집중 공략해 왔다. 그때마다 우리 정부는 플린으로부터 “한·미 동맹은 핵심 동맹(vital alliance)”(조태용 차장 면담 시), “한·미 동맹은 찰떡 공조(sticky rice cake)”(김관진 실장 면담 시)라는 발언을 얻어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와중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 대북 정책의 세팅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린의 사임으로 백악관 내 역학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후임자 인선에 매티스 장관의 조언을 가장 귀담아듣고 있다”고 전했다.

플린 후임에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64)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중부사령부 사령관(4성)을 지낸 강경파다. 현지 언론들은 “공화·민주 양쪽에서 골고루 신임받는 인물”이라고 평하지만 2015년 초 자신의 자서전을 집필하던 여성 작가 폴라 브로드웰과 불륜에 빠져 기밀정보를 제공했던 것이 약점이다. 퍼트레이어스는 당시 집행유예 2년, 10만 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현 직무대행인 키스 켈로그(72·예비역 육군 중장), 매티스 국방장관이 중부사령부 사령관 시절 휘하에서 부사령관을 지낸 로버트 하워드(60·예비역 해군 중장),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스티븐 해들리(70)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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