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만으론 분규 못푼다|허상천<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방화·기물파괴·난동을 일삼는 폭력노조와는 대화를 할수 없다.』
『회사측의 노조해산명령 요청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부당노동행위다. 회사측이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끝까지 투쟁하겠다.』
노조해산명령 요청·반려·재요청·근로자 항의농성 등으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사분규의 양상은「같은 레일 위를 마주보고 달리는 2개의 기관차」를 연상케한다.
극한적인 감정대립으로 레일 위를 치달릴때 그결과는 불을보듯 뻔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사는 한치의 양보 없는 극한의 감정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회사측의「노조해산명령요청」은 80년 노동조합법개정이후 처음 있는 희귀한(?) 케이스다. 기업은 노조해산명령을 요청할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될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회사측은 두차례나 해산명령을 요청, 강경대응을 계속하고 있다.
노조측이 모든 문제를 집단파업 농성등 물리적인 실력행사로 해결하려 할 경우 회사측도 이에 맞서 강경대응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이」에는「이」,「눈」에는「눈」의 논리다.
설령 울산시가 회사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노조에 해산명령을 내렸다 치자. 그렇다고 해서 노사분규의 악순환이 일시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이같은 물음에 대한 대답은 6.29 이후 봇물처럼 터진 3천여건의 노사쟁의가 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은 한건도 없다는 사실이 말해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의 대립을 최소화시키고 현실을 인정, 인내와 끈기로 협상에 임하려는 자세다.
「선구속자 석방, 후협상」을 계속 고집하며 회사측과 대립해온 노조측에도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형의 확정판결이 나지않는한 구속된 노조간부의 석방은 어렵다.
그렇다면 이같은 현실을 인정, 차선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선 서로 한걸음씩 물러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