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TV가이드] 우리 아빠는 '박치기왕' 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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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은 명절마다 특집 드라마를 준비해 방영하곤 했다. 대부분 가족애가 주제였다. 그런데 이번 설에는 그런 특집물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SBS가 30일 1.2부로 나눠 방송하는 드라마 '박치기왕'(사진)은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함께 웃고 눈시울을 붉힐 만한 내용이다.

'박치기왕'은 한 시대를 풍미한 프로레슬러 김일의 별칭이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이 드라마는 프로레슬링을 보조 배경으로 한다. 그렇다고 스포츠 드라마는 아니다. 실제 사기꾼 아버지가 박치기왕 김일이라고 믿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부모 없이 멸시와 핍박을 받으며 생활하는 한 소년이 있다. 소년의 꿈은 아버지가 나타나 고난 속의 자신을 구원해 주는 것. 소년은 자신을 구해줄 아버지는 박치기왕 김일이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소년은 자신의 아버지가 박치기왕 김일이며, 곧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동네 친구 누구도 소년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의 존재조차 모르며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잡범. 공교롭게도 소년의 아버지는 '가짜 김일'로 행세하며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한 여선생님의 노력으로 이들 부자가 상봉하게 된다. 행복했던 만남은 각종 사건이 일어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결국 이 작품은 '환상'과 '가짜'의 만남이며, 진짜 아버지와 아들의 재회다. 아들의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참회와 희생의 길을 택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박치기왕 김일을 사칭하는 아버지 역은 탤런트 박상면이 맡는다.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이다. 이미 박상면은 영화 '반칙왕'에서 주연 송강호를 상대로 레슬링 실력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위해 별도로 한 달간 특훈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 박치기왕 김일의 제자이자 프로레슬러인 이왕표 선수가 많은 도움을 줬다.

"삼각팬티는 초등학생 때 이후 처음 입어 봐 창피하다"는 박상면은 "감동적인 스토리 때문에 연기하면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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