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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코리안] "할리우드에도 한류 바람 거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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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인이라는 게 늘 자랑스럽습니다."

미국의 인기 연예잡지 '할리우드 리포터'가 최근 선정한 '미 연예산업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주역 35인'에 뽑힌 데이비드 박(한국명 박대곤.32.사진). 그는 연예 전문회사인 유나이티드 탤런트 에이전시(UTA)에서 잘 나가는 에이전트다. UTA는 윌리엄 모리스, 인터내셔널 크리에이티브 등과 함께 할리우드에서 빅3 에이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에 소속된 에이전트만 150명이 넘는다.

박씨의 고객은 40명에 달한다. ABC의 인기 드라마 '로스트', NBC '윈드폴'을 비롯해 '엑스 파일''ER''CSI 마이애미''아나토미의 해부학' 등의 작가와 제작자들이 그의 주요 고객이다.

"에이전트는 고객을 대신해 방송사에 갖가지 요구를 해야 하고 '예스'라는 답을 끌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자칫 공격적인 성격이 될 공산이 크죠."하지만 그는 고객들 사이에서 '편안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하고 싶진 않아요. 어차피 이게 제 일이잖아요. 결국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인데, 편하게 즐기고 남을 배려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당초 그는 변호사 지망생이었다. UCLA 졸업 후 법률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률사무실 일은 너무나 지루했다. 결국 '변호사가 돼도 하는 일은 마찬가지겠구나. 새로운 것을 찾아보자'는 생각에 UTA에 입사했다. 처음엔 우편물을 분류하는 일부터 했다. "무척 힘들었어요. 오전 7시에 출근해 자정까지 일해야 했으니까요."

잡일도 많았다. 상사의 세탁물을 챙기고 그들의 자녀를 픽업하는 등 갖가지 궂은 일까지 해야 했다. 게다가 보수는 쥐꼬리만큼 적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때려치우고 싶었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배운다'는 자세로 꾹 참았다. 석 달 뒤 그는 에이전트로 승진했고, 이후 승승장구했다. 올해로 UTA 입사 11년째. 이제 그는 수십 명의 에이전트를 거느린 고참 에이전트가 됐다.

연예산업의 차세대 주역에 포함된 데 대해 그는 "고객과 동료들로부터 두루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부모님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197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로 이민을 왔다. 그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시는 부모님 모습을 생생히 지켜봤다"고 했다. 부친 박희종씨는 현재 버클리 중앙교회 목사다.

그는 "앞으로 할리우드에도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며 "한국이 할리우드에 적극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연예산업계는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있다. 한국.일본 등 아시아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잇따라 리메이크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는 "할리우드에서는 더 이상 인종이나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기존의 것과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널리 찾고 있는 만큼 한국의 젊은이들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LA지사=이재희 기자, 사진=임상범 기자 jhlee@joongusa.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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