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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제 괴롭힐 후유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노사분규가 과격양상을 넘어 포력화하고 노동쟁의 차원을 일탈함으로써 드디어 공권력의 개입을 자초하고 말았다.
분규현장에서 근로자들이 대량 검거되고 구속되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산업현장이 언제 정상화되어 국민 경제가 제대로 영위될수 있을지 걱정하게 된다.
일부 기업에서는 폭력분규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가운데 무기휴업에 들어갔고, 나머지 근로자들이 연행, 구속자 석방과 휴업철폐를 주장하며 농성중이다.
노사분규가 잘 풀린 기업도 많지만 해결되기는 커녕 이같이 새로운 양상으로 번짐으로써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노사분규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당장 노사분규가 일거에 해결된다고 해도 경제적 손실이 이만 저만이 아닌데 형국이 그렇지 않으니 문제가 크다.
모범적으로 성장해가던 한국경제가 노사분규의 암초에 부닥쳐 그 기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이미 숫자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2개월째 계속되는 노사분규 때문에 수출이 잘 안되고 이로인해 성장이 둔화되어 실업문제가 심각해질수 밖에 없으며 물가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욕을 꺾어 투자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KIET(한국산업연구원) 에서는 노사분규가 장기화되고 임금이 추가로 10% 인상되는 경우 향후 1년간 23억달러의 수출감소, 제조업 부문의 노동수요감소 14만∼21만명, 물가상승률 9.5%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효과분석은 노사분규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유형적인 것만을 계량한 것이다.
노사분규의 경제적 손실은 유형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무형적인 것에도 파급되어 두고두고 우리 경제를 괴롭힐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동생산품 저하가 바로 이같은 무형의 손실에 해당한다.
노동쟁의 현장에서 나타났듯이 직장에서의 논리와 질서, 그리고 인간관계가 많이 파괴되어 가족적이며 화목하던 분위기를 되찾기까지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우리의 직장이라는 사회에서는 알게 모르게 상하, 수평에서 엄연한 질서가 있고 행동규범이 있어 여기에서 창출되는 양질의 노동생산성이 우리 경제의 큰 재산이다. 그러나 이번 노사분규로 이같은 기존 가치관이 크게 흔들려 가깝게는 제품의 품질에서부터 멀리는 수출품의 국제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영향이 미치게 되어 노동생산성 저하에 따른 성장잠재력의 잠식을 회복하는 것이 큰 과제로 등장했다.
근로 현장에서는 조장이나 반장의 작업지시가 잘 지켜지지않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경제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노사분규를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는 길이 최상의 방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록 공권력이 개입하기 시작했지만 사용자측은 협상에 게을리 말아야할 것이며 근로자측은 심기일전하여 실정법의 테두리안에서 주장할 것은 주장하되 삶의 터전인 직장은 지켜가며 타협하려는 자세로 임해야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선의의 중재자로 계속 노력하면서 이번이 처음있는 노사분규 사태인 점을 감안하여 보다 원만히 난국을 넘길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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