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도권 잡으려 요구조건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사상 처음으로 공개로 열린 5일상오의 임시국무회의는 이례적으로 전경련관계자로부터 노사분규실태를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 노사분규 하나만을 다루었다.
이날 회의에는 조규하전경련전무가 참석해 노사분규의 현장실태를 보고했으며, 이어 정관용내무·정해창법무·이헌기노동장관이 차례로 보고하고 마지막으로 국무총리가 대책을 지시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는 국무위원아닌 일부 공직자도 참석해 국무희의장에는 보도진을 포함, 60여명이나 됐다.
이날 회의는 4일 하오 김정열국무총리가 정부 고위회의에서 모회사의 사장린치사건을 얘기하자 공개된 임시국무회의에서 널리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해 이뤄졌다는것.
한편 이날 회의를 놓고 관가에서는 모종의 조치를 외한 전단계가 아니냐는 추측들도 나돌았으나 취지자체가 방화·폭력등의 실태를 알리자는 것으로 확인되자 소문은 일단 진정됐다.
국무회의도중 조전무가 약간 지루하게 분규사례를 보고하자 김총리가 불러 보고를 중단토록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규하전경련전무 보고>
1, 최근 노동쟁의 양상
▲아무런 사전예고절차없이 일단의 과격노동자가 근로자들을 운동장에 집합시켜 선동한후 요구조건을 취합하여 농성, 파업에돌입, 경비원을 내쫓고 출입문을 통제.
▲농성과 동시 선동연설과 함께 『흔들리지 않게』『늙은 노동자의 노래』『훌라송』등 노동해방과 쟁의에 관련된 노래를 율동에 맞춰 부르며 점차 과격행동을 유도.
▲기존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무조건 어용노조로 매도해 규탄하고 「민주노조」를 결성.
▲이 과정에서 경영자·관리층을 포함한 자본가·기성층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온갖 유언비어를 날조, 선동하는 한편 온건한 근로자나 협상파는 어용이나 사꾸라로 몰아 강경투쟁 노선으로 유도
▲어느정도 집단으로서의 단합이 이뤄지면 사장·임원·공장장을 불러 요구를 나열하고 이 과정에서 폭행·기물파괴·방화·화형식·모욕·감금·사저난입·가족위협·노래강요·토끼뜀등을 시킴.
▲경우에 따라 회사밖으로 뛰쳐나가 불법가두시위와 공공시설등의 점거·파괴·방화.
▲일부 과격파들은 버스·열차편으로 상경해 본사건물 점거시위.
2, 경영진에 대한 폭행사례
①K기공▲8월10일 하오=부사장·상무등 관리간부9명 감금후 현장접근하던 사장에게 돌세례. 비농성 근로자가 사장을 구출. 현노조 지지측과 농성자간의 투석전으로 승용차 2대 불탐.
▲8월12일하오=부사장·상무등 감금해제. 그러나 감금중 포클레인 삽에 간부들을 싣고 올렸다 내렸다 하며 위협. 노래를 시키고 노래값을 내라고 요구.
②S악기▲8월12일=사장이탄 승용차를 들어올려 던지고 승용차 위로 올라가 유리창을 깬뒤 차에서 나오는 사장의 앞뒤에서 가슴과 등을 구타.
③주식회사 T ▲8월13일=농성자 4명이 술을 마신뒤 노조사무실의 비품을 파괴. 1백여권의 도서를 탈취.
▲8월13일=농성자 3백여명과 구사단7백명이 충돌, 20명이 부상. 농성자가 철제의자와 화염병을 던져 화재발생.
④O전기▲8월18일=기존노조반대파 4명이 사장실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사장을 폭행.
⑤H실업 ▲8월20일=농성에 참여한 외부청년 20여명이 비노조 근로자와 관리직원들에게 농성에 참여할것을 요구, 각목으로 폭행.
⑥D전자▲8월21일=사장폭행으로 갈비뼈 부러짐.
⑦K시▲8월24일=평양공장에서 운동권출신 5명이 위장취업, 농성선동및 파업.
⑧S상사▲8월29일=노사분규로 사장이 자살.
⑨D조선▲8월28일=사장실·중역실 기물파괴, 차량전복.
⑩D자동차▲9월4일=사장·부사장을 근로자들 앞에서 무릎을 꿇림.
⑪H중공업▲9월2일=울산시청앞 광장에서 승용차 21대를 불태우고 시청에 난입해 기물 파괴.
▲9월3일=임원및 부장급 숙소에 들어가 가족들을 목욕탕에 몰아넣고 꽹과리를 치며 농성.
⑫Y악기▲사장을 드럼통에 넣고 굴림.
⑬D탄좌▲사장을 드럼통에 넣어 나무에 매달고 광부들이 돌아가면서 장작으로 구타.
⑭J광업소▲사장을 무릎꿇게 한뒤 노래를 시키고 발길질을 하면서 『무얼 먹고 배가 나왔느냐』고 폭언.
3, 특징
▲과도한 요구=심지어는 종전의 80%선 대우 인상을 내걸고서도 대우개선협상보다 노조구성과 노동운동의식 고취에 주력.
▲주도권쟁취를 위해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서로 더 과도한 조건을 제시함으로 써 근로자 요구가 상승작용.
▲공단 또는 그룹기업사 밀집지역에서는 분규발생공장 근로자들이 이 분규사업장 근로자들에게 동조 또는 연대파업을 선동해 동시다발분규 유도.
▲사회주의 노동운동가를 비롯한 외부세력이 금품·투쟁기법지침서·삐라등 유인물을 제공하고 직·간접으로 선동, 조종.
▲이번 사태는 근로자 처우를 개선하려는 단순한 근로분규가 아니라 노노분규 또는 노정문제의 성격을 띠고 있음.
▲이번 노동쟁의는 노동관계법은 물론 기본법질서와 윤리·도덕·관행을 완전히 무시한 혁명적 색채가 농후함.
▲이러한 특징때문에 많은 분규 타결후에도 협약이 지켜지지 않고 태업, 반장교체요구, 작업지시무시, 잔업거부등이 다반사고 이유만 찾아 재파업을 되풀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
▲이런 결과 같은 시간을 일해도 생산량이 반감되고 품질이 급격히 저하됨으로써 대외신용에 치명적 타격을 입고 있으며 기업자금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음.
4, 대정부 요망사항
◇노동쟁의 대책
▲법과 기본질서의 유지
▲급진좌경세력의 지역침투 발본색원
▲집단폭력행위의 엄단
▲노노분규에 따른 과격행동의 방지
▲합의존중과 재분규의 방지
◇기업지원대책
▲기업별 상업어음할인 한도의 확대
▲금리인하로 임금인상재원의 보전
▲특별소비세 1년간 감면
▲원가상승분의 가격인상허용
▲준조세부담의 대폭완화

<정관용내무장관보고>
지난며칠간의현대중공업과 대우자동차의 분규를 보면 국기를 흔들 정도로 과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치안당국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이같은 행동이 사회안정과 국법질서유지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근로자들에 대해 자제를 당부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분규에서 나타나는 시위는 경영자에 대한 폭행까지 하고있어 공권력이 투입돼야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해창법무장관보고>
노사문제는자율적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원칙아래 정부는 공권력개입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그러나 시위양상이 과격해지는것 뿐만아니라 순수노조가 아닌 제3자의 개입까지 확인됐다.
정부는 이에따라 지난달 20일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 이에 대처해오고 있으며 법질서차원뿐만 아니라 정치일정의 순조로운 추진을 위해 합동수사본부의 가동범위를 전국적으로 확대,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있다.
현재 검찰이 구속 수사중인인원은 1백71명이다.
정부는 앞으로 극소수 과격분자와 외부세력및 좌경사상으로 무장한 침투세력의 검거·처단에 역점을 두겠다.

<이당기노동장관보고>
금년들어 4일까지의분규현황은 총 3천2백19건 발생에 82.4%인 2천6백52건이 해결됐고 5백67건이 진행중이다.
이중 운수업이 4백11개소로 72.4%며 제조업은 1백56개소이다.
최근 시위를 볼때 분규가 가장 많았던 날은 지난달 28일의 2백건이고 가장 적었던 날은 지난달 30일의 42건이다.
4일의 경우에는 58건이 새로 발생했고 60건이 해결됐는데 대부분이 택시업체다.
지금까지 발생한 노사분규는 국내 총10만 사업장을 통틀어 볼때에는 3%에 불과하고 1백인이상 기업체로 볼때는 총7천4백17개소중2천73개소(27.9%)다.
이를볼때 1백인이상 기업체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가 확산되고있다.
최근의 노사분규 특징은 우리의 미풍양속과 도덕적 가치관까지 붕괴되고 산업체내에서의 수직·수평 노사관리체계가 혼란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여러가지 복합요인으로 인해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제조업분야의 분규는 감소될 조짐이고 택시·버스도 타결을 보고있다.
이같은 추세로 볼때 일부 특수기업체가 진정을 보이면 따라서 누그러들것 같다.
다만 어떠한 경우라도 노사분규 미발생기업에 대한 예방조치를 철저히 해나가겠다.
현재 정부는 노동위원회 위원84명을 조정위원으로 추천, 분규에 임의조정할수 있도록 조처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진실된 모습으로 노사분규 해결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