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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컨더리 보이콧은 대화 끌어내는 수단이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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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틸러슨 장관은 최근 인사청문회 답변자료에서 “북한 지도자들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 아래 대북 문제를 방기하다시피 했다. 비핵화를 충족하지 않는 한 상대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아예 상종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이에 비해 트럼프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 조치를 취하려는 자세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강도 높은 압박 전략을 통해 어떻게든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연초부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대북 정책을 내놓을지도 오리무중이었다. 이런 마당에 이번에 틸러슨이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언급한 것은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평가할 만하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행되면 그 효과는 즉각 나타날 게 틀림없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사태에서 보았듯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면 금융기관의 손발은 꼼짝없이 묶인다. 이 조치 한 방에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는 전부 마비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출입은 물론 외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송금마저 끊기게 된다. 사치품과 함께 상당수의 생필품을 외국에 의존하는 북한으로서는 격심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강경조치가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임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2000년 재임 당시 방북해 김정일을 직접 만났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북·미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그는 한 세미나에 참석, “북한은 위험한 상대이기 때문에 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냥 북한을 구석으로 몰고만 가면 김정은 정권이 어떤 극단적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 적절한 강온전략을 구사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늦추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