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만원에 창업 꿈 이뤘다 … ‘청춘창고’된 낡은 양곡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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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청춘창고’의 젊은 사장들이 개장을 하루 앞둔 7일 성공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년 창업자들이 들고 있는 캐릭터 인형은 3D 프린팅 기기로 찍은 것이다. [순천=프리랜서 장정필]

순천 ‘청춘창고’의 젊은 사장들이 개장을 하루 앞둔 7일 성공을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청년 창업자들이 들고 있는 캐릭터 인형은 3D 프린팅 기기로 찍은 것이다. [순천=프리랜서 장정필]

8일 오전 전남 순천시 조곡동에 있는 ‘청춘창고’. 건물 2층에 있는 공예매장 ‘디자인 심상’에서 대표 장용호(32)씨가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된 개장식을 앞두고 진열대를 정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장씨는 3D프린팅 기기로 만든 피카추·욕설난쟁이 등 캐릭터 상품을 진열대에 올려놓은 뒤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작업을 반복했다. 손님의 눈길을 조금이라도 더 잡을 수 있는 배치를 위해서다. 양곡 창고를 리모델링한 청춘창고에서는 이날 22명의 청년이 창업의 꿈을 이뤘다. 이들은 이날 영업 개시를 앞두고 친구나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막바지 준비에 구슬땀을 흘렸다.

어제 문 연 순천 청년 창업·문화 공간
55년 된 건물, 9억 들여 내부 개조
순천시, 연 13만~16만원에 임대

34세 이하 청년 뽑아 교육·컨설팅
식음료·공예점 등 점포 22곳 입점

지은 지 55년 된 낡은 양곡 창고가 청년 창업·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순천시가 8일 문을 연 ‘청춘창고’다. 청춘창고는 순천농협 조곡지점 양곡 창고를 리모델링했다. 9억1900만원이 들었다. 1961년 지어진 양곡창고는 쌀 소비 감소 등으로 2010년 이후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다. 순천농협이 철거나 용도 변경을 검토 중이었는데 2015년 순천시가 임대했다. 강영선 순천시 경제관광국장은 “당시 양곡 창고를 청년시설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청년들의 제안이 있었다”며 “지역청년들에게 일자리와 문화공간을 만들어 주고자 했던 시의 정책 방향과 맞아 ‘청춘창고’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춘창고가 들어선 지역은 기차역이 가깝고 인근에 관광지가 많아 한 해 12만 명의 ‘내일러’(철도 ‘내일로’ 티켓 여행자)가 오는 곳이다.

연면적 994㎡의 2층 건물에는 식음료점 15곳과 공예점 7곳 등 22개 점포가 있다. 파인애플밥·햄버거·쌀국수, 캐릭터 상품·도자기·원목가구 등을 판다.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65일 연중 무휴 운영된다. 공연 공간인 ‘이벤트 스테이지’와 무료 대여공간인 ‘미팅 큐브’ 등도 설치돼 청년들의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한다. 취업 및 창업 정보를 제공하고 창업 상담을 하는 ‘오픈 스튜디오’도 있다.

8.5~10㎡인 점포의 임대료는 연간 13만~16만원이다. 한 달에 1만원이 조금 넘는다. 청춘창고 입점자는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 청년들로 지난해 세 차례 심사를 통해 선발됐다. 이들은 순천시 지원으로 6개월간 교육·컨설팅을 받으며 창업 준비를 해왔다. 현재 업주들은 앞으로 2년간 점포를 운영한다. 2년 뒤엔 공모를 거쳐 새로운 입점자를 선정한다. 청춘창고는 순천시가 올해 핵심과제로 설정한 ‘청년정책 5개년 기본계획’의 거점시설로도 활용된다. 순천시는 이날 청춘창고 개장식에서 ▶함께하자(참여소통) ▶일하자(일자리 지원) ▶같이 놀자(생태문화) ▶잘살자(교육복지) 등 4대 과제를 담은 청년 희망정책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총 696억6000만원을 투입해 청년들의 각종 활동과 문화·주거·복지 등 생활 전반을 지원하려는 맞춤형 청년정책이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폐허가 된 낡은 창고를 희망의 공간으로 바꿔놓은 것은 청년들의 무한한 에너지”라며 “옛 도심을 중심으로 한 청년창업 공간들을 꾸준히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청춘창고와 인근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양질의 먹거리와 즐길 거리, 볼거리, 살 거리 등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퓨전음식점 ‘일이공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종효(28) 청춘창고 업주협의회 대표는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청춘창고를 만들기 위해 창업자들이 힘을 합쳐 나갈 것”이라며 “멋지게 성공해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순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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