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소득 따른 차등범칙금 도입 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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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차등 범칙금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범칙금 액수를 달리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약 벌금(범칙금)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적은 액수이면 교통안전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모든 국민이 같은 규칙으로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서는 같은 벌칙이 아닌 '같은 느낌으로 인식되는 벌칙'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등 범칙금 제도의 대선 공약화를 위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프리랜서 공정식

이재명 성남시장. 프리랜서 공정식

차등 범칙금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핀란드가 대표적이다. 1920년대에 소득에 기반해 범칙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저소득자가 내게 되는 범칙금 금액과 같은 금액을 고소득자가 내게 된다면 규제의 의미가 없다는 취지에서다.

2002년에는 노키아의 휴대전화부문 부회장이 오토바이를 과속으로 몰다가 적발돼 11만6000유로(당시 약 1억300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5년 3월에는 핀란드인 사업가 레이마 퀴슬라가 제한속도 시속 50마일(시속 80㎞)의 도로를 시속 64마일(103㎞)로 달리다 적발돼 5만4024유로(약 6313만원)를 범칙금으로 냈다. 퀴슬라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벤츠 한 대 값을 (과태료로) 부과하다니 말이 안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오스트리아도 차등 범칙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1920년대부터 차등범칙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 도입을 몇 번 검토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8월 국무회의 때 "생계형 운전자처럼 매일 차 한 대 운전해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하고 돈이 많아서 놀러 다니는 사람하고 범칙금을 똑같이 물리는 것은 문제 아니냐"며 차등범칙금제 도입 의향을 밝혔다.

2011년 2월에는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와 만찬에서 "생계형 픽업 차량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내는 벌금과 벤츠 승용차가 위반해서 내는 벌금이 같은데, 그게 공정사회 기준에 맞겠느냐"고도 했다.

민주당에서도 2009년에 강창일 의원이 차등범칙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하려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소득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해 발의를 포기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당시 "소득이 투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면 수입이 분명히 드러나는 봉급생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청문회 때 1년여 동안 주정차위반과 속도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으로 29건의 과태료와 범칙금을 부과받았지만 금액은 115만원에 불과했다. 조 전 장관이 청문회에서 밝힌 1년치 생활비는 5억원이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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