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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브리또 역전 만루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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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손님을 찾아간다'는 야구계의 속설이 있다. 경기 후반 교체된 선수나 수비 위치를 바꾼 선수에게 테스트라도 하듯 타구가 자주 찾아가는 듯한 느낌 때문에 생긴 말이다.

8일 대구 삼성-LG전. LG가 4-2로 앞선 7회초 LG는 타격이 부진한 유격수 권용관의 타석에 대타 유지현을 기용했다. 유지현의 수비 위치가 2루수인 탓에 7회말 수비 때 2루수였던 안상준을 유격수로 옮기고 유지현이 2루수로 들어갔다.

7회말 삼성의 선두타자는 2번 고지행. 중심타선이 이승엽-마해영-양준혁으로 이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출루를 허용하면 득점 확률이 높은 타자다. 속설대로 고지행이 때린 타구는 수비 위치를 바꾼 유격수 안상준 쪽으로 향했고, 안상준은 서두르다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2점차의 리드였지만 분위기가 삼성으로 넘어갔다. 이승엽은 무사 1루의 위기에 몰린 LG 투수 서승화를 상대로 우전안타를 때려 역전극의 발판을 놓았다. 마해영의 타구는 빗맞은 행운의 중전안타가 돼 무사 만루의 황금 찬스가 만들어졌다.

양준혁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 1사 만루에서 브리또가 타석에 들어섰다. LG 투수 경헌호는 3-유간 쪽의 내야땅볼을 의식한 듯 초구 몸쪽 공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공이 약간 높았고 브리또는 기다렸다는 듯 마음껏 휘둘렀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홈런임을 직감한 브리또는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만루홈런. 네명의 주자가 차례로 홈플레이트를 밟았고 전세는 순식간에 6-4로 뒤집어졌다.

마이너리그 시절의 인연 탓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코치 연수 중인 이만수 코치와 자주 통화하며 타격 밸런스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는 브리또는 이 한방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삼성 이승엽은 4타수 2안타로 시즌 1백안타를 기록, 입단 이후 9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이승엽의 기록은 11년 연속을 기록 중인 팀 동료 양준혁에 이어 두번째다. 삼성 구원투수 정현욱은 6회 선발 라이언에 이어 등판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 시즌 2승째를 올렸다.

한화는 대전에서 1위 현대를 상대로 선발 전원 안타를 폭죽처럼 터뜨리며 17-3으로 승리했다. 팔꿈치 부상에서 복귀한 한화 송진우는 6회 중간으로 시험등판, 1이닝을 던져 2안타 1실점으로 컨디션을 점검했다. 한화 선발 기론은 국내 프로야구 복귀 이후 네 경기만에 첫 승리를 올렸다.

이태일.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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