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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금지 등 …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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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간담회
ISA가입 대상에 노인·청소년 추가
비과세해외펀드 가입 연장도 추진

황영기(65·사진) 금융투자협회장이 추진하는 올해의 협회 핵심 과제다. 그는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황 회장이 꼽은 ‘기울어진’ 운동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 대표적인 사례가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제한이다. 현재 기업이 갖고 있는 증권사 계좌에서 다른 금융회사로 직접 자금을 이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07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투자업자는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금융결제원은 규약을 통해서 개인계좌에 대해서만 증권사의 지급결제를 허용하고 법인은 못하도록 묶어놨다. 이는 당시 법인 계좌에 대해서까지 허용할 경우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개인부터 허용하고 상황을 보자는 판단에서였다.

황 회장은 “은행은 지급결제가 은행의 고유업무라고 하지만 지급결제는 금융업 전체 기반이 되는 서비스라 특정 업권이 독점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당국에서 조정을 해 줄지, 아니면 우리(증권업계)가 낸 돈을 다시 찾아오는 소송을 할지, 지급결제를 막고 있는 이런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를 할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가 투자 목적의 외환업무 이외에 다른 외국환 업무는 할 수 없는 현실도 문제 삼았다. 황 회장은 “일반 은행에서는 가능한 환전이나 외환 이체 등을 증권사에서는 할 수 없어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등 국가를 대표해야 하는 회사들이 절름발이 상태”라고 말했다.

두 번째 기울어진 운동장은 국내와 해외의 금융규제 간의 차이다. 황 회장은 “국내에서 ‘금융의 골드만삭스’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우리 규제가 골드만삭스를 탄생시킬 만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업계 스스로 실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외국 회사와 맞먹을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성화할 방안도 언급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9개월 만에 ISA 가입액이 3조4000억원을 넘어섰다”며 “올해는 ISA ‘시즌2’를 추진해 60세 이상 고령자, 전업주부, 어린이·학생 등 가입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ISA에 세제혜택과 중도인출 강화 등 상품성을 높여 수탁액이 10조원에 이르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 말로 끝나는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의 가입 기간 연장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란 기자 neoran@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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