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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접종했는데’ 젖소농장 구제역 발생, 다시 번진 물백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의 젖소농장에서 백신 접종을 이미 한 사실이 확인됐다. ‘물 백신’ 논란이 다시 제기될 조짐이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젖소농장에서 지난해 10월 15일 백신 접종을 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 농장에선 195마리 젖소를 키우고 있었다. 살처분 과정에서 검역 당국이 20마리를 조사한 결과 4~5마리에서만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항체 형성률이 20%대밖에 안 됐다”며 “해당 농가에선 백신을 제대로 접종했다고 밝혔지만 접종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현재 검역 당국은 백신 접종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역학 조사 중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정상적인 백신 접종에 따른 소의 항체 형성률은 평균 97.5%다. 해당 백신이 효과가 없는 ‘물 백신’인지, 냉장 보관을 제대로 안 하는 등 접종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 정확한 원인은 정부의 역학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5일 보은군 마로면의 한 젖소농장에서 “소의 입술에 물집이 생겼다”는 신고를 해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정밀 조사를 했다. 그 결과 O형 구제역으로 확진됐다. 지난해 3월 29일 충남 홍성군에서 발생한 이후 잠잠했던 구제역이 10개월여 만에 재발했다. 이번에 검출된 O형 구제역은 이전에도 한국에서 발병했던 유형이다. 소는 물론 돼지, 염소, 양 등 가축이 공기로도 쉽게 감염될 만큼 전파력이 강하고 폐사율도 높다. 발병 시 농가에 끼치는 피해가 커서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함께 구제역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있다. 정부는 O형 구제역에 대한 백신 접종은 이미 시행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현재 소 200만 마리, 돼지 1320만 마리를 한꺼번에 접종할 수 있는 양의 재고를 갖고 있다며 긴급 추가 접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전에 백신을 접종한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며 경계감을 키웠다. 구제역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물 백신’ 논란이 재연될 상황이다. 2012년 농식품부 조사에서 구제역 대확산 때 일부 수입 백신이 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효과가 미약한 구제역 백신 구입에 들어간 정부 예산이 200억원에 달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문제가 된 수입 백신의 항체 형성률은 돼지를 기준으로 26%에 불과했다.

조현숙 기자, 세종=이승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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