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복서 최용수 ‘내 나이가 어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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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역 복귀 후 두번째 경기를 시원한 KO승으로 장식한 최용수(왼쪽)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 복싱M]

현역 복귀 후 두번째 경기를 시원한 KO승으로 장식한 최용수(왼쪽)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 복싱M]

“저 많이 맞았는데요, 하하하.” 전 세계챔피언 최용수(45·극동서부)는 경기가 끝난 뒤 너털웃음을 지었다. 10라운드나 되는 혈전을 치렀지만 그의 얼굴은 매끈했다. 마흔 다섯 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승리를 거둔 뒤였다.

24세 필리핀 선수 꺾고 복귀 2연승
링 떠난지 14년 만에 챔프 재도전

최용수는 5일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넬슨 티남파이(24·필리핀)와의 세계복싱평의회(WBC) 유라시아(EPBC) 라이트급(61.23㎏) 실버타이틀 매치에서 10라운드 레프리 스톱 TKO승리를 거뒀다.

최용수는 아웃 복싱을 구사하는 티남파이를 상대로 서두르지 않았다. 펀치는 티남파이가 더 많이 날렸지만 최용수의 커버 위였다. 서서히 압박하며 기회를 노린 최용수는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3라운드 중반 상대 복부와 안면을 번갈아 때려 다운을 빼앗아냈다. 전성기만큼 빠르진 않았지만 최용수의 체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장기인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꽂아넣었다. 티남파이는 마우스피스를 2번이나 뱉으며 시간을 끌었지만 소용없었다. 레프리는 최용수의 연타가 터진 10라운드 도중 경기를 중단시켰다. 최용수는 링에서 큰 소리를 지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1995년 세계권투협회(WBA) 수퍼페더급 챔피언(58.97㎏)에 오른 최용수는 7번이나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98년 8차 방어에 실패한 뒤 다시 벨트를 따내지 못했다. 2003년 글러브를 놓은 그는 2006년 입식격투기 K-1에 도전했지만 2승1패의 전적을 남기고 은퇴했다. 지난해 4월, 최용수는 13년 만에 링 복귀를 선언했다. ‘복싱’이 아닌 ‘격투기’로 링을 떠난 것이 못내 아쉬워서였다. “돈도 명예도 필요없다. 세계 챔피언이 목표”라고 말한 최용수는 나카노 가즈야(일본)와의 복귀전에서 8라운드 TKO승을 거둔 데 이어 10개월 만의 2차전에서도 화끈한 KO승을 거뒀다.

최용수의 몸은 20대 선수 못지 않은 근육질이었다. 최용수는 “꾸준히 경기를 준비했다. 2년 안에 챔피언 벨트를 차지하는 게 목표다. 이제 1년 남았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령 챔피언 기록은 지난해 은퇴한 버나드 홉킨스(52)가 갖고 있다. 홉킨스는 2014년 49세 3개월의 나이에 WBA 라이트헤비급 왕좌에 올랐다. ‘할아버지 복서’로 유명한 조지 포먼은 1994년 45세에 WBA·IBF(국제권투연맹) 헤비급 챔프가 됐다. 우리 나이로 마흔 여섯 살인 최용수는 “이제는 지면 재기할 수 없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링에 오른다. 이번 경기에서 이긴 덕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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