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동산 경기 둔화 조짐, P2P 대출 연체 경고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부동산 P2P(개인 대 개인) 대출업체 빌리는 지난해 6월 법인 사업자에 대출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11억5000만원을 모집했다. 만기는 4개월, 수익률은 연12%라는 조건에 자금은 빠르게 모였다. 그러나 그해 10월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대출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연체가 발생했다. 그후 투자금 상환날짜가 3개월 이상 지났지만 대출금은 현재 절반만이 회수된 상태다.

자료: 각 사·한국P2P금융협회

자료: 각 사·한국P2P금융협회

지난해 빠르게 성장했던 P2P 대출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일부 대출금 상환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연체율 0%라고 광고했던 P2P 업체들의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까지 34개 회원사들 가운데 연체율(상환일로부터 30일 이상 90일 미만 대출상환이 지연된 상태)이 가장 높은 곳은 어니스트펀드(1.38%)다. 그 다음으로 8퍼센트(0.72%), 렌딧(0.27%) 순으로 높다.

평균 10%대 수익, 1년 새 20배 성장
PF대출 회수 잘 안돼 연체율 상승
예금자보호 안돼 투자금 잃을 수도

P2P 대출이란 은행이 아닌 온라인 상에서 개인 간에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형태를 말한다. 금융당국이 2015년 초 핀테크 활성화의 일환으로 P2P 대출 규제를 완화한 게 계기가 됐다. 가령 건축비용 5억원이 필요해 P2P 업체에 요청하면 이들이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모아 건축주에 빌려준다. 대출기간이 끝나면 P2P 업체가 대출자로부터 대출금을 받아 투자자에게 원금과 약정 이자를 지급한다. P2P 업체는 대출자로부터 대출금의 연 1~3%, 투자자에겐 투자금액의 연 1% 정도의 서비스 이용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자료: 각 사·한국P2P금융협회

자료: 각 사·한국P2P금융협회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P2P 대출 규모는 2015년 235억원에서 지난달 5150억원(잠정)으로 급증했다. P2P 대출시장에 진입한 업체는 160개로 추산된다. 가파른 성장세는 대출자와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낮고 담보물이 없어 은행·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개인 또는 사업자들은 대부업체에서 최고 27.9%(법정 최고 이율)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을 받아왔다. 그러나 P2P를 이용하면 고금리 대출을 연 10%대의 중금리로 갈아탈 수 있고 대출심사 기간을 포함해 승인까지 3~4일이면 충분하다. 투자자에게도 연평균 10~15%(세전)의 수익이 가능해 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문제는 앞으로 경기침체가 지속하면 대출자들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져 빚을 갚지 못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P2P 대출은 투자이기 때문에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다. 대출자가 대출금 상환을 못 하면 투자금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 부동산 P2P 업체 테라펀딩 양태영 대표는 “대출금 상환이 안 되면 P2P 업체로부터 위임을 받은 부동산신탁회사가 건물을 대신 분양·임대하거나 경매 처분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며 “만약 경매에서 낙찰가가 투자금보다 낮으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P2P 업체들이 지난해 문을 연 신생업체다. 이들은 올해부터 대출금 만기가 속속 도래한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주택시장 호조로 부동산 관련 대출이 많다. 지금처럼 주택경기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이나 임대가 되지 않으면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양태영 대표는 “부동산 규제 등으로 주택시장이 둔화하는 상황인 만큼 영향을 받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수백억원 규모의 PF가 아니라면 아직까지는 부실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하기 전 수익만 보지 말고 P2P 업체가 어떤 사업에 투자하는지, 또 연체율 확인이 필요하고 말한다. 이승행 한국P2P금융협회장은 “투자 원금 손실에 대해서는 보호책이 없다”며 “가능하면 한국P2P금융협회에 가입된 업체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금융위 서민금융과 전동연 사무관은 “P2P 업체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된 자금이 대출 형태로 운용된다”며 “중도 회수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