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성] '일본 속의 한국 근대사 현장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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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의 한국 근대사 현장 2/김정동 지음, 하늘재, 1만3천원

목원대 건축학과 김정동(55) 교수는 1993년 일본 오쿠라 호텔 산책로에 버려져 있던 자선당을 발견해 경복궁으로 되가져 온 주인공이다. '걸어다니는 자료실'로 불리는 이 건축학자는 일본 속 우리 문화 흔적 찾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책도 그 결과물이다. '일본 속의 한국 근대사 현장'이란 제목으로는 두번째 책이지만, 제목만 달랐지 같은 시리즈였던 '일본을 걷는다'(전2권, 한양출판)까지 합치면 네번째 책이다.

일본의 관광지에서 홍난파.윤심덕.이중섭.이상의 흔적을 찾고, 평양 팔경 중 하나인 애련당이 일본에 탈취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국회의사당과 마루노 우치 빌딩 등에는 일본에 강제 징집돼 노역에 동원된 조선인들의 피와 한이 서려있음을 느끼고….

하나같이 발품으로 찾아낸 사실이었다. 특히 우리 근대사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하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 동대사(東大寺).청수사(淸水寺)에 어떻게 우리 문화가 녹아있는지 밝혀내고, 일본이 약탈해간 우리나라 석물들이 방치돼 있는 모습을 고발하고, 일본인으로 귀화하고도 불운한 삶을 살았던 레슬링 선수 역도산, 한국계라는 의문에 싸인 일본 가요계의 여왕 미소라 히바리 등의 자취를 찾아봤다.

건축물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인물의 이야기로까지 뻗어간 것은 한일 역사의 불운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있는 대목이다.

먼저 거대한 규모로 관람객들을 압도하는 일본의 자랑거리 동대사. 저자에 따르면 이 절 짓기에 백제계인 행기와 양변 스님이 앞장섰으나, 일본은 이 절이 중국인 도움을 받아 일본 정부가 세운 것이라 호도하고 있다.

이런 문화적 자존심을 확인하는 구절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의 모습에서 저자는 슬픔을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일본의 정치가이자 실업가였던 네즈 가이치로우가 세운 네즈 미술관.

넓은 미술관 정원은 온통 우리 나라 석물 차지였고, 그곳에서는 국보급 고려불화와 사리탑.5중탑.부도 등 조선에서 약출해간 문화재가 부지기수였다.

교토국립박물관은 또 어떤가. '야마모토 아야'라는 집안이 식민지 시대 조선의 여러 왕릉에서 도굴해온 석물을 '이조 분묘 표식 석주유물 일괄'이라는 안내문을 하나 달아놓고는 외부에 방치해두고 있다.

김교수는 "유네스코 협약안을 토대로 약탈 문화재 반환을 위한 문화적.도덕적 차원에서 꾸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우리 문화재 찾기 여정은 네권의 책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그가 아직 쓰지 못한 우리 문화재 이야기가 파일로 1백개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홍수현 기자

<사진설명전문>
일본이 조선 왕릉에서 도굴해간 석물 중 하나인 석당(石幢.돌기둥)으로 교토박물관 뒤편에 정자를 지어놓은 모습. 석당은 윗부분에 아름다운 돌조각이 되어있는 돌기둥인데 여기에 제멋대로 보를 걸어 정자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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