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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소시민의 눈으로 그날의 광주 비춘다…'택시운전사'로 복귀한 장훈 감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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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이다. 한국 전쟁 블록버스터 ‘고지전’(2011)의 장훈 감독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로 돌아왔다.
‘의형제’(2010)에 이어 배우 송강호와 다시 뭉친 작품. 지난해 말 촬영을 마치고 올해 개봉을 목표로 편집에 한창인 그에게 전화 인터뷰를 청했다.

극 중 광주에 가는 독일인 기자의 실제 모델 위르겐 힌츠페터는 지난해 5월 광주 5·18 옛 묘역에 영면했다. 이 영화를 준비하며 그와 직접 만난 적 있다고.
 “힌츠페터에게 ‘어떤 마음으로 광주에 갔느냐’고 물었더니, ‘기자가 진실을 알리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 말이 가슴에 남았다.”
1980년대 광주를 다룬 작품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택시운전사’가 다른 점이라면.
“시선이 다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국말을 못하는 독일 기자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그를 태우고 광주로 가는 서울 택시기사다. 광주 사람도 군인도 아닌, 외부인의 눈에 비친 당시 상황 그리고 혼란스러운 참상 속에 포착된 인간적인 온정을 그리고자 했다. 광주민주화운동 자체보다는, 그 시대를 살았던 외부인이자 평범한 소시민이 겪고 느꼈던 이야기 말이다. 처음 연출을 제안받고 엄유나 작가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나부터 바로 그 점에 공감했으니까.”
송강호와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인데.
“아예 그를 생각하며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제일 먼저 송강호가 떠올랐다. 택시기사 만섭은 인간미 넘치면서도 개성 있고 예측 불가능한 캐릭터다. 송강호라면, 그 복합적인 면들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막상 촬영해 보니 훨씬 더 좋더라. 카메라 너머에서 그가 생명력을 불어넣은 디테일한 장면들을 보며, 저런 캐릭터는 일부러 시나리오로 쓰려고 해도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기자 역을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에게 맡겼다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2001)에 출연한 그를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다. 주인공(애드리언 브로디)의 목숨을 살려 준 독일 장교 역이었는데 대사가 많지 않고, 주로 상대를 지켜보고 그의 말을 들은 뒤 리액션을 보여 주는 역할이었다. 크레취만은 어려운 장면을 잘 표현해 냈을 뿐 아니라, 그 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호감까지 불러일으키더라.”
이 영화에서 제3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만섭의 택시는 어떤 모습일까.
“당시 여러 차종 중 기아자동차의 ‘브리사’를 택했다. 현대자동차의 ‘포니’보다 덜 익숙해 새롭기도 하고, 더 작아서 귀엽고 소시민적인 편안함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만섭 캐릭터와 가장 어울린다. 그 이유는 올해 개봉할 영화에서 확인해 주시길(웃음).”

나원정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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