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광고 외부 노출은 불법인데…학교 인근 편의점 95%가 '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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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뭘까.

대개는 계산대 근처에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설치된 담배 제품 광고다. 모형 담배나 스티커, 포스터 등도 편의점 곳곳에 붙어있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시선을 잡아끄는 담배 광고는 청소년 흡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정부는 편의점·슈퍼마켓 등 소매점의 담배 광고를 매장 내부로 한정하고 '바깥'에서 보이면 안 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담배사업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벌금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많은 학교 인근의 소매점 대다수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담배를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9~11월 전국 1127개 초ㆍ중ㆍ고교로부터 200m 이내(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있는 편의점·슈퍼마켓 2800여곳을 현장 조사한 결과다. 이들 소매점의 82.7%는 매장 외부에서도 담배 광고가 잘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편의점의 담배 광고 실태가 더 심각했다. 법을 위반한 비율은 편의점 95.3%, 슈퍼마켓 63.4%로 편의점이 훨씬 높았다.

또한 편의점 내부에 설치된 담배 광고 갯수는 평균 20.8개로 2015년(16.8개)과 비교해 4개 늘어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군것질 제품과 담배 광고의 거리가 50cm도 되지 않는 곳도 10곳 중 9곳(91.1%)에 달했다.

이러한 소매점이 설치한 담배 광고는 ‘탁월한’ ‘부드러운’ ‘시원하게’ ‘특별한’ ‘럭셔리’ 등 긍정적인 표현들로 도배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광고가 외부로 완전히 보이지 않아야 하는지 등 법령 해석에 애매한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단속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에선 청소년 흡연을 예방하기 위해 소매점의 담배 광고와 진열을 아예 막는 곳이 많다. 담배 소매점을 자주 접할수록 담배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담배 광고ㆍ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흡연으로 이어진다는 우려에서다.

홍콩ㆍ아르헨티나 ㆍ칠레 등은 소매점 내 담배 광고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호주와 노르웨이 등은 광고와 진열 모두를 금지하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차정림 선임연구원은 "순차적으로 모든 소매점의 담배 광고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올해 안으로 학교로부터 50m 이내(절대정화구역)에 있는 소매점의 담배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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