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앱 다운로드 3억 건 네이버 ‘효자’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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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끈 카메라앱 ‘B612’의 풍등 증강현실(AR) 필터. [사진 네이버]

지난해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끈 카메라앱 ‘B612’의 풍등 증강현실(AR) 필터. [사진 네이버]

‘토종 포털’ 네이버가 해외 사업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히트 어플을 내놓는가하면 해외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흑자 폭이 확대될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라인이 만든 앱 ‘B612’ 글로벌 인기
최근 두달 사이에만 5000만 다운
멕시코·페루 등 중남미선 국민앱
해외사업 연결 영업이익 17% 늘어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 라인이 내놓은 카메라앱 ‘B612’가 글로벌 시장에서 3억 다운로드를 돌파했다고 2일 밝혔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29개월만이다. 특히 최근 2개월 사이 5000만 다운로드가 추가될 정도로 이용자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에서 만든 어플이 글로벌 시장에서 1억 다운로드를 넘어간 사례는 거의 없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평가받는 포켓몬의 다운로드 수는 6억건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B612의 월간 실 사용자수(MAU)가 1억명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이 앱으로 찍히는 사진 수가 1억5000만장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카메라앱이라는 평범한 아이템인 B612가 히트 상품이 된 비결로 ‘끊임없는 진화’를 꼽는다. 네이버 라인은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셀피(셀카)’ 문화가 확산되는 흐름에 맞춰 B612를 출시했다. 그러나 이후 신기능을 끊임없이 추가하면서 경쟁 앱을 물리쳤다.

자료:네이버

자료:네이버

예를 들면, 카메라가 눈·코·입을 자동 인식해 토끼 귀나 재미있는 마스크 모양을 결합하는 ‘안면인식 스티커’, 눈은 커지고 얼굴을 갸름하게 처리하는 ‘자동성형’, 남편의 뒷모습을 찍으면 하트 모양이 주변에 생기거나, 아기 옆에 에펠탑이 같이 찍혀 파리에서 촬영한 듯한 느낌을 주는 ‘가상현실 기능’ 등은 추가될 때마다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스티커 기능을 활용해 찍은 셀피 동영상으로 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추가되면서 소통 채널의 역할도 강화했다.

B612는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같은 아시아 문화권 뿐 아니라 멕시코·아르헨티나·페루 등 남아메리카에서 ‘국민 앱’으로 불릴 정도로 이용자가 늘고 있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선호기능도 엇갈린다. 남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색을 보정하는 컬러필터 사용률이 높고, 중국 이용자들은 성형기능, 인도네시아에서는 피부색은 밝고 머리카락은 더욱 진하게 표현하는 스티커의 인기가 높다. 라인플러스 B612 정창영 리더는 “국가별 특성을 초기에 확인하고 빠르게 서비스에 반영하면서 이용객 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나간다는 평을 듣는 라인도 이용자 수가 10억명을 넘어서면서 수익성이 확대되고 있다. 셀카앱 메신저 ‘스노우’도 1억 다운로드를 넘어섰다. 2014년 해외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웹툰은 현재 520여 편의 작품을 영어·중국어·태국어 등의 언어로 제공하고 있는데. 누적 조회 수는 50억 건을 넘었고 월 이용자 수는 1800만 명으로 국내 이용자 수(1700만 명)를 앞섰다. 이 밖에 2015년 8월 출시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V)’도 한류 열풍을 타고 유료 사용자 20만 명을 넘겼다.

자료: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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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해외 사업 호조는 실적으로도 연결됐다. 네이버는 지난 2015년만 해도 연결 영업이익이 7622억원에 불과했다. 글로벌 서비스를 제외한 개별 영업이익(8265억원)이 오히려 더 높았다. 라인을 비롯한 글로벌 서비스들이 마케팅비 대비 수익을 거두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해외 사업들이 안착하면서 지난해 네이버의 연결 영업이익은 전 년보다 17.2% 늘어난 9683억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을 포함한 영업이익이 개별 영업이익을 1000억원 이상 앞질렀다.

네이버는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기술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000억원을 투자해 AI와 로보틱스, 자율주행 분야의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성장 전략은 결국 국내 포털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기술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라며 “이 전략의 성공 여부에 네이버가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급변하는 IT 환경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지가 달렸다”고 말했다.

박태희·김경미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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