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빠진 대선판, 황교안 여권 주자로 급부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선행실천 격려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뉴시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선행실천 격려 오찬간담회를 열었다. [뉴시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권 대선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설 연휴 직후인 1월 31일~2월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황 대행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10.3%였다.

황, 50대 이상 지지율 10% 후반대
거부감도 반기문의 절반에 그쳐

각종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황 대행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나타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 대행보다 앞에 있는 주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4.3%)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15.7%) 두 명인데, 1일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황 대행이 사실상 지지율 2위를 차지한 셈이다. 범보수 진영에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3.7%), 남경필 경기지사(1.8%)보다 크게 앞섰다.

황 대행의 지지율 상승은 반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이 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15.7%)은 본지가 실시한 신년 특집 여론조사(지난해 12월 28~29일) 때의 22.7%보다 7%포인트 빠졌다. 반 전 총장의 지지세가 황 대행에게 유입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 설 연휴 동안 지역 민심을 들어보니 반 전 총장을 아예 젖혀놓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며 “이들 대부분이 황 대행을 대안으로 여기고 있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의 설 민심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의 지지자 중 20.3%가 반 전 총장 낙마 시 황 대행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행은 40대 이하에선 지지율이 한 자릿수였지만 50대에선 16.6%, 60대 이상에선 18.4%로 강세를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이 레이스에서 이탈했기 때문에 앞으로 50대 이상에서 황 대행의 지지율이 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별로는 황 대행의 지지율 상승이 서울에서 두드러졌다. 반 전 총장을 가장 지지한다는 서울 지역 응답자 비율은 9.1%에 머무른 데 반해 황 대행의 지지도는 11.5%였다. 전국 지지율에서 반 전 총장(15.7%)이 황 대행(10.3%)보다 5% 이상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다만 대전·충청 지역에서 반 전 총장(26.2%)이 황 대행(10.4%)을 크게 앞섰다. 대구·경북에서도 황 대행(18.2%)은 반 전 총장(27.6%)보다 뒤졌다.

황 대행은 반 전 총장에 비해 대선후보로 거부감이 적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대선후보들 가운데 절대 투표하지 않을 인물이 누구인가”를 묻는 질문에 31.7%가 반 전 총장을 선택한 반면 황 대행은 14.0%였다. 20대 59.8%, 30대 48.3% 응답자가 반 전 총장에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지만 황 대행에 대해선 20대 9.0%, 30대 9.2%에 그쳤다.

그러나 황 대행이 실제 출마 의사를 밝힐 경우 지지율이 변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정치학과) 교수는 “황 대행이 보수 정당에서 한 명의 후보로 단합된 형태를 보이지 못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선에 나오겠다고 결정하고 정책적 입장을 제시하는 순간 지지층의 변화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1월31일~2월1일 지역ㆍ성ㆍ연령 기준 할당추출법에 따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유선 378명, 무선 622명)에게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전화면접조사. 응답률은 23.9%(유선 20%, 무선 2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