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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미얀마 대사, 최순실이 직접 면접까지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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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순실씨(왼쪽 사진)와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31일 서울중앙지법과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각각 출석했다. 이날 특검은 정부가 미얀마에 추진한 원조개발사업(ODA) 과정에서 이권을 챙긴 혐의로 소환된 유재경 대사가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최순실씨(왼쪽 사진)와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가 31일 서울중앙지법과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각각 출석했다. 이날 특검은 정부가 미얀마에 추진한 원조개발사업(ODA) 과정에서 이권을 챙긴 혐의로 소환된 유재경 대사가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유재경(58) 주미얀마 한국대사가 최순실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음을 시인했다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31일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유 대사가 조사를 받기 전에는 부인했지만 오전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특검 “최씨 추천으로 대사 임명돼
유 대사, 부인하다 증거 내밀자 실토”
K타운 등 ODA사업 이권 개입 수사
내일 하려던 청와대 압수수색은
대통령 생일 피해 하루 연기 검토
대면조사는 15일 이전 실시 가능성

삼성전기 전무 출신인 유 대사는 지난해 5월 외교부 관료인 이백순(58)씨에 이어 미얀마 대사로 임명됐다. 미얀마와 특별한 인연이 없는 기업인 출신이 대사로 임명됐다는 점 때문에 당시에 외교가에서 화제가 됐다. 특검팀에 따르면 최씨는 대사 교체 두 달 전인 그해 3월 유 대사를 불러 면접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대사는 1990년대 삼성전기 브라질 상파울루사무소에서 5년간 일했고 2004년부터는 유럽판매법인장으로 5년 동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근무했다. 특검은 이 시기에 그가 최씨와 인연을 맺었을 것으로 보고 두 사람의 접촉 경위를 확인 중이다. 최씨는 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자주 독일에 머물렀다. 독일에서 사업체를 운영한 적도 있다.

유 대사는 이날 오전 귀국 직후에 기자들에게 “최씨가 나를 면접해서 대사로 추천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최씨가 나를 추천했다고 하면 굉장히 사람을 잘못 봤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최씨와 면담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더 이상 얘기하면 복잡할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특검팀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유 대사의 ‘말바꿈’ 배경에 대해 “특검팀이 유 대사가 최씨 측에 전달한 이력서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 또 유 대사가 최씨 측에 ‘부임하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는 주변 인사들의 진술도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최씨가 미얀마 원조개발사업(ODA)인 ‘K타운 사업’ 과정에서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을 포착해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한편 베트남 등 다른 ODA 사업에도 눈독을 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곧 집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구치소에 있는 최씨를 체포하면 48시간 동안 피의자 신문을 할 수 있다.

특검팀의 청와대 압수수색도 임박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수사팀 내에선 2월 2일에 압수수색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날이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이어서 하루 정도 미루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가고 있다.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 시 경내로 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관저나 경호실·의무실 등은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에서 압수수색을 제한한 군사상·직무상 비밀 공간이 아니라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검찰은 압수수색 집행을 두 차례 시도했지만 청와대가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에도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있어 특검팀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청와대에서 압수해야 할 구체적 문서와 물품의 목록도 작성하고 있다. 또 압수수색을 통해 그동안 청와대 내에서 증거를 감추거나 조작하는 일이 벌어졌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증거 인멸을 하면 그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도 조율 중이다. 특검팀은 2월 초순까지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며 2월 둘째 주 초반(6~7일)에 조사할 것을 제의했으나 박 대통령 측은 둘째 주 후반(9~10일)이나 셋째 주(13~15일)를 언급하고 있다고 한다. 장소는 특검팀 사무실이 아닌 곳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 초기에 “가급적 대통령 조사는 한 번에 끝내려 한다”고 말했다.

현일훈·김나한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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