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J카페] "놀거리가 필요해" 보수적인 왕국 사우디에 부는 변화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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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사우디 코믹콘을 알리는 포스터. 아랍 전통의상인 흰색 토브(Thobe)를 찢고 수퍼 히어로로 변신하는 남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The Saudi Comic Con(SCC)]

2017 사우디 코믹콘을 알리는 포스터. 아랍 전통의상인 흰색 토브(Thobe)를 찢고 수퍼 히어로로 변신하는 남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The Saudi Comic Con(SCC)]

보수적인 왕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싹트고 있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국내 소비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젊은층의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30세 미만 젊은이들은 사우디 인구의 절반(58.5%)을 넘어선다.

현재 사우디에서 운영 중인 영화관은 알 코바르 지역의 아이맥스 영화관 단 한 곳뿐이다. 1970년대에는 영화관이 많았지만 79년 이슬람 사상을 강화하는 정치적 움직임에 따라 모든 영화관이 폐쇄됐다. 영화가 대중을 현혹·선동하고, 남녀 간 교제를 미화하는 등 이슬람 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상영이 금지됐다.

공공장소에서 보는 동영상은 금지하고 있지만 개인의 동영상 소비는 막지 못했다. 사우디의 유튜브 이용자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2015년 기준 인기있는 상위 10개의 채널 모두 사우디의 채널로 아랍어로 만들어진 콘텐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중동(UAE) 마케터 박상욱 과장은 "외부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우디의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의 사용률이 높다”며 “최근 젊은 지도층을 중심으로 해외문화에 개방적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해 5월에는 오락 전담 정부기구인 GAE(General Authority for Entertainment)를 신설했다. 지난 10월에는 수도 리야드에서 미국 댄서 공연을 주최했고, 세계 대중문화를 즐기는 국민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 WWE 레슬링 경기와 음식 축제, 코미디쇼, 자동차 경주 등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2월 16~18일 아랍권 최초의 코믹콘(세계적인 만화축제·Comic Convention)이 사우디에서 열린다. 마흐메드 알카티브 GAE 의장은 “사우디 국민이 나라 밖으로 나가 오락에 쓰는 돈이 연간 2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놀거리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좋자 사우디 정부는 세계 최대 롤러코스터 운영사인 식스 플래그스 엔터테인먼트 같은 미국 회사도 받아들였다. 식스 플래그스는 리야드에 테마파크 한 곳을 열 계획이며 서부 해안에도 두 곳을 더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보수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엔터테인먼트 장려 정책을 밀고 나갈 계획이며 자국 관련 기업들의 참여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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