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경찰 5개중대의 포위 속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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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2국
[제1보 (1~18)]
白.도전자 曺薰鉉 9단 | 黑.왕위 李昌鎬 9단

왕위전 도전기 2국의 장소로 정해진 곳은 멀리 전라북도 부안(扶安)의 문화예술회관이다. 국립공원인 변산반도가 절경을 자랑하고 있는 명소 부안은 한국 현대바둑의 개척자인 조남철9단의 고향이기도 하다.

부안군청은 부안을 '바둑의 메카'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아래 조남철배 어린이전국대회도 매년 열고 있고 왕위전도 그런 맥락 속에서 부안으로 가게 됐다.

7월 18일 조훈현9단과 이창호9단,그리고 바둑TV와 인터넷 해설진 등 20여명의 일행이 비가 뿌리는 서해고속도로를 달려 부안에 도착했다.

한정식과 대합 등 이 지역의 유명한 요리를 먹으며 저녁을 끝냈을 때 우리는 갑자기 예상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때마침 부안은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문제와 새만금 문제로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었고 지역의 시민단체에서 온 몇몇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 판국에 굳이 바둑대회를 해야하겠느냐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왕위전은 한국기원과 부안군, 중앙일보사가 몇달 전부터 약속한 행사이며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행사이기도 했다.

취소할 수 없는 공식대회이긴 했지만 우리는 부안군청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이튿날 대국장에 가본 우리는 깜짝 놀랐다. 경찰 5개 중대와 경찰차들이 대국장인 문화예술회관을 완전 포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7월 19일 오전 9시30분. 李왕위와 曺9단은 대국을 개시했다. 초반은 언제나 그렇듯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5의 중국식에 이은 7의 협공은 눈에 익숙한 메뉴였기 때문이다.

흑이 11로 '참고도1'처럼 두어 7로 끊는 것은 흑▲가 다쳐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한다. 14로 두면 A도 선수여서 백은 잡히지 않는 것이다.

실전의 흑13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수. 이 수로 '참고도2' 흑1로 받으면 4, 6으로 밀린 다음 8이나 A까지 쳐들어오게 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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