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책, 별별 저자] 자취방 동기, 사진작가 부부, 쌍둥이…단짝만이 알 수 있는 두 사람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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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저자가 여럿인 ‘공저’책의 성패를 가르는 데는 저자들끼리의 ‘케미’가 중요하다. 굳이 여러 명이 쓸 필요 없는 콘텐트를 공저로 펴내면 책의 이미지에 덕 될 게 없다. 누구 하나가 ‘얼굴마담’이거나 ‘들러리’거나 혹은 그냥 ‘숟가락 얹기’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주 동시에 출간된 세 권의 공저 책은 공동 집필의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단짝 친구, 부부, 쌍둥이 형제 등 특수 관계인 두 사람이 모여 그들이 함께 뭉쳤을 때만 낼 수 있는 목소리를 전한다. 책의 메시지와 함께 두 저자 사이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촌년들의 성공기
서수민·조선희 지음
인플루엔셜
296쪽, 1만4500원

『촌년들의 성공기』의 저자인 서수민 PD(KBS ‘개그콘서트’ ‘프로듀사’ 등 연출)와 조선희 사진작가는 연세대 의생활학과 90학번 동기동창이다. 각각 경북 포항과 왜관에서 상경해 “참 못생기고 돈도 없고 공부도 못했던” 시절을 공유했다. 연탄아궁이가 있는 단칸방에서 3년 동안 룸메이트로 살면서 “서로의 알몸과, 숨기고 싶은 가족사와, 마음 밑바닥 상처와 콤플렉스”를 봤다. 두 사람이 스스로의 삶을 성공으로 보고 ‘성공기’를 펴냈다는 게 낯간지러운 일이긴 하지만, “버티다 보니 기회가 왔다” “결핍이 나를 키웠다” “원칙을 지켜야 후회가 없다” 등 이들이 주거니 받거니 전하는 성공 노하우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

양승우·히사츠카 마오
지음, 눈빛
156쪽, 2만3000원

사진작가 부부가 펴낸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는 남편이 찍은 아내 사진, 아내가 찍은 남편 사진을 모은 책이다. 미끈한 모델들에 익숙한 눈에는 다소 민망하게 비칠 법한 장면이 130여 점 사진 속에 펼쳐진다. 머리 빗고, 목욕하고, 옷 갈아입고, 삐져서 자는 척하고, 술 취해 비틀거리는 등 가난한 예술가의 일상이다.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서로를 계속 찍어주자”고 약속했다는 두 사람. 이들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지가 사진 한 장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청춘, 그저 견디기엔
너무 아까운

위안쯔원·위안쯔하오
지음, 김정자 옮김
문학테라피
240쪽, 1만5000원

『청춘, 그저 견디기엔 너무 아까운』은 중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물네 살 꽃미남 쌍둥이 형제의 책이다. 이들은 2012년 나란히 베이징대에 입학해 화제를 불러모았다. 책 내용 대부분은 저자와 친구들의 좌충우돌 실패담이다. 사랑의 상처에 무너지고 상실감에 치이는 청춘들이 “세상은 예리한 칼날 같다”면서도 “내상을 이겨내는 힘이 우리 안에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여기에 소심한 형과 엉뚱한 동생이 서로 견제하고 도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덤으로 따라온다.

◆‘별별 책, 별별 저자’는 독특한 주제·형식을 담은 책, 이색 저자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매년 4만5000여 종 넘게 출간되는 책 중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로 반짝이는 아이템들을 골라뽑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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