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 PC 사용 "공부보다는 오락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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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 고1이 되는 박재희(15.광주광역시 연제동)양은 매일 PC로 친구 50명에게 '쪽지'를 보낸다. "안녕▶▶ 어디 있어?"라는 글을 읽은 친구들의 쪽지가 사방에서 날아온다. 이렇게 매일 한 시간 채팅을 한 다음엔 음악을 다운받거나 '싸이질(싸이월드에 있는 자신의 홈페이지 꾸미기)'을 한다.

중3 윤현채(14.경기도 고양시)군도 PC로 쪽지를 보내는 친구만 130명이나 된다. 윤군은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두세 시간은 금세 간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하루 일과는 이처럼 공부 아니면 PC를 가지고 노는 것으로 짜여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9개 회원국과 11개 비회원국의 만 15세 학생 28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이 다른 나라에 비해 PC를 오락용으로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상에서 음악 파일을 내려받기 위해 PC를 사용하는 학생 비율은 한국이 조사 대상국 중 1위였다. 조사 대상 학생 5612명 중 79%가 음악 파일을 받기 위해 PC를 사용하고 있었다. 미국(64%)은 물론 OECD 소속 국가 평균(49%)보다 비율이 높다. 인터넷 채팅은 세계 3위(전체 학생의 73%)였다. 이 부문 세계 1위는 캐나다(83%)로 조사됐다. 정보통신 기술 강국으로 알려진 핀란드 학생의 채팅 활용 비율은 59%, 음악 파일 내려받기 활용은 38%로 조사됐다.

PC로 학교 공부를 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하는 한국 학생은 많지 않았다. 학교 공부를 위해 PC를 쓰는 학생 비율은 19%(OECD 평균 30%)에 불과했으며, 프로그래밍 활용 비율은 8%(OECD 평균 23%)로 40개국 중 39위를 차지했다. 고2 임효진(16.서울 양재동)양은 "프로그램을 짜는 일은 거의 없고, 한글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써서 숙제를 내는 일도 한 학기에 두세 번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방송통신대 곽덕훈 교수는 "입시에 시달리는 한국 학생들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PC를 쓰고 있는 것"이라며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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