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귀향 … 펜션 지어 '섬 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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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인천시 옹진군 시도리에 들어와 펜션형 민박 '시도민션'을 열고 있는 장광현씨 부부가 투숙객들을 위해 바비큐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시도=김형수 기자

23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 시도리. 살섬[矢島]이라 불리는 이 섬 북단의 개진마을에선 초로의 부부가 집 앞 볕 바른 땅에 텃밭을 손보고 있었다. 3년 전 축협을 정년 퇴직한 고윤철(64)씨는 아내와 함께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고향인 이곳으로 터전을 옮겨 왔다. 14세 때 인천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이 섬을 떠났으니 50년 만의 귀향인 셈이다.

고씨는 "오래 망설인 끝에 귀향을 결심했지만 정말 잘 왔다고 생각한다"며 고향 섬에서의 노후 생활에 부풀어 있었다. 봄부터는 텃밭을 가꾸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민박도 할 계획이다.

2층짜리 집 앞에는 염전과 들판이 펼쳐져 있고 염전 너머에는 서해 바다가 넘실댄다. 이 부부는 요즘 아침엔 근처 구봉산에 올라 일출을 맞고 저녁에는 서해의 낙조를 바라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

인천 앞바다 섬들의 주민 수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 24개의 유인도 등 모두 103개의 섬으로만 구성된 인천시 옹진군은 1970년대 초까지 인구가 3만여 명이었으나 산업화와 함께 주민들이 도시 등으로 빠져나가기 시작, 96년에는 1만33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때인 97년 처음으로 20여 명이 늘어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말에는 6800가구 1만56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시도와 신도.장봉도 등으로 구성된 옹진군 북도면의 인구도 74년 3700여 명이던 것이 2002년에는 1560명으로까지 줄었으나 지난해 1824명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섬 회귀' 현상은 육지 못지않게 나아진 생활환경이 첫째로 꼽힌다. 북도면 살섬 주민 김중대(55)씨는 "이곳은 '살기 좋아 살섬이 아니라 살기 힘들어 살섬'이라는 말이 내려올 정도로 낙후되고 가난했다"고 회고했다. 하루 한 차례 인천으로 가는 배도 파도가 높으면 끊어졌으며 고개를 몇 개 넘어 물을 길어 올 정도로 고단한 섬살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하루 10여 차례 카페리가 왕래하고 상수도 시설은 물론 전화.TV.인터넷 등 안 되는 것이 없다.

옹진군 자월면의 배종수 부면장은 "과거에는 단신으로 섬에 들어왔던 선원.군인.공무원들도 상수도 등 생활 인프라가 해결되자 가족과 함께 와 주민 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5일제 근무로 섬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섬테크'로 불리는 부동산 투자도 주민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인천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 명예퇴직한 장광현(57)씨는 2004년 초 살섬의 구녁들에 민박과 펜션 개념을 합한 '시도민션'을 지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장씨는 "교통편이 좋아 섬이라는 생각을 잊고 산다"고 말했다.

옹진군 시도=정기환 기자<einbau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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