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전방위 압박 가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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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방위 대북한 압박이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조지폐를 비롯한 불법 자금 거래와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런 흐름이 6자회담 재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련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WMD 확산 국가 재정 고립시켜달라"

21일 방한한 대니얼 글레이서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 부차관보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대응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 주범과 그들을 돕는 지원망을 재정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한 미국 대사관이 24일 밝혔다.

주한 미국 대사관 측은 이날 글레이서 부차관보가 출국한 뒤 낸 보도자료에서 이같이 밝히고 "글레이서 부차관보가 북한의 불법 활동을 포함한 전 세계적 금융 위협을 경고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설명하고 한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글레이서 차관보는 "북한 정부 주도의 불법 금융 활동 단속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한국 정부와) 논의했다"고 해 위조화폐 거래 등이 북한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명시했다.

글레이서 부차관보는 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된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와 같은 금융기관들이 북한의 불법 활동에 용이한 환경을 마련해 주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테러자금 혐의가 있는 거래에 대해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테러자금조달억제법(가칭)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 은행, 북 등과 신규거래 중단

세계적 금융기관인 크레디트 스위스(CS) 은행이 앞으로 북한.이란.시리아 등 이른바 '불량 국가'와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 등 스위스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이 은행 대변인은 현지 TV에 출연해 "지정학적 상황과 위험 등을 고려해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S 측은 "기존의 거래 관계는 당분간 지속하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회사인 스위스의 UBS은행이 이란.시리아와 모든 금융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뒤이은 것이다. 불법 자금이라도 고객의 비밀을 보호하는 데 철저한 스위스 은행들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핵 개발위험이 있는 북한과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금융 제재 조치 확대로 해석하고 있다. 이동복 명지대교수는 "이 조치가 북한의 국제금융 유통망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주도 PSI에 한국 5개 부문 협력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미국 측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미국 측이 요청한 8가지 PSI 협력방안 중 한.미 군사훈련 때 대량살상무기 차단훈련을 포함하고, 국외 차단훈련 때 참관단을 파견하는 등 5개 분야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그러나 PSI 정식 참가와 역내.외 차단훈련 때의 물적 지원 등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이 같은 조치는 유엔안보리 결의와 해상운송 불법행위 억제협약 개정을 통해 PSI가 국제 규범으로 정착해 가고 있고, 세계 7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또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이 10일 미국을 방문해 미국 측에 이 같은 결정 내용을 통보했다"며 "이에 따라 4월 5~6일 호주에서 열리는 공중차단훈련에 정부 참관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핵심 사안을 제외해 PSI에 완전히 참가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서울=박승희 기자

◆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육상.해상.공중에서 핵 또는 생화학무기 등 WMD와 관련 부품을 운송하는 선박과 항공기를 나포하거나 요격하는 등 WMD 거래를 차단하고 봉쇄하기 위한 국제 공조체제.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3년 5월 제안해 시작됐다. 현재 일본.프랑스.영국.호주 등 70여 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 바로잡습니다

1월 25일자 1면 '스위스 은행, 북 등과 신규 거래 중단' 기사 중 스위스의 'USB은행'을 'UBS은행'으로 바로잡습니다. UBS는 Union Bank of Switzerland의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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