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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술, 내일은 로봇교실…100% 무료수업 100%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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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13일 전남 장성군 진원면 진원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천경주 돌봄전담 강사와 함께 작은 구슬을 재료로 팽이를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13일 전남 장성군 진원면 진원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천경주 돌봄전담 강사와 함께 작은 구슬을 재료로 팽이를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 13일 전남 장성군 진원면 진원초등학교 1층 ‘돌봄교실’. 1, 2학년 30여 명이 팽이를 만들고 있었다. 가운데가 조그맣게 구멍 뚫린 플라스틱 판 위에 메주콩 크기에 색깔이 다양한 구슬들을 올렸다. 교사가 다리미로 구슬을 위에서 눌러 녹이고 판을 떼어내면 팽이틀 하나가 나왔다. 가운데 구멍에 철심을 끼워 넣으면 완성이었다.

대상 받은 장성군 진원초등학교
요리·탁구·발명서 돌봄교실까지
40개 프로그램에 2~5개씩 활동
전교생 50명 사라질뻔한 시골학교
광주광역시서도 전학오는 학교로

“선생님! 여기에서 왼쪽을 더 길게 만들면 안 되나요.” 2학년 희연이가 구슬을 올리다 물었다. 돌봄교실 천경주 강사는 “팽이는 양쪽이 대칭을 이뤄야 잘 돌아간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다섯 명씩 모둠을 이뤄 팽이 모양을 의논하고 색깔도 결정했다.

학교는 지난해 12월 27일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방학 중 돌봄교실은 지난 2일 2주 과정으로 개강했다. 이날 나온 학생은 오전 9시 학교에 와서 정오까지 있다가 간다. 방과후학교의 방학 프로그램 성격이다. 프로그램은 미술·독서·요리·전통놀이식으로 매일 바뀐다. 이날 팽이를 만들고서 학생들은 학교 뒤편 언덕 오솔길을 교사와 함께 걸었다. 언덕은 대나무에 둘러싸여 아늑했다. 야외 활동을 포함시킨 것은 체력도 키워주자는 취지다.

이 학교는 18일 교육부가 주최하고 본지·삼성꿈장학재단·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 주관하는 ‘제8회 방과후학교 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받는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잘 운영해 학생의 소질·특기를 길러주는 학교·개인·지방자치단체를 뽑아 격려하는 행사다. 진원초는 10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50명을 넘지 않았다. 몇 년 전까지도 ‘학생 수가 너무 적어 인근의 큰 학교와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금은 전교생이 네 배가량인 211명으로 늘었다. 학생 중 절반은 이 학교를 다니려고 광주광역시 등 인근 대도시에서 이사 왔다. 시골의 평범한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4년 전인 2013년 학교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학생·학부모 의견을 듣고 방과후학교에서 길러줘야 할 덕목 다섯 가지를 선정했다. 창의성·감성·지성·건강·적성이었다. 각각의 덕목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종이접기, 책 만들기(창의성), 탁구·골프·풋살(체력), 한자교실·로봇과학·발명교실(지식) 등이었다.

이 학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토요스포츠클럽과 돌봄교실까지 합해 40개가 넘는다. 학생 참여율은 100%다. 방과후학교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얘기다. 전국 초등학교의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65.9%인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학생당 적게는 두 개, 많게는 다섯 개씩 참여한다.

이 학교 최덕주 교감은 “시골 학교가 대도시에 비해 교육 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교에선 참여 학생이 방과후학교에 돈을 낸다. 이 학교는 모든 강좌가 공짜다. 6학년 딸을 둔 학부모 대표 이진영(37)씨는 “지난해 우리애가 일본어·소프트웨어·미술을 들었는데 한 푼도 안 냈다”고 자랑했다. 여기엔 교사들의 열정과 지역사회의 협조가 비결로 작용했다. 진원초는 전남도교육청에서 보조금 4000만원을 받는다. 교육청은 학생 수에 따라 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다른 학교보다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대신 진원초는 대한체육회·한국과학창의재단·한국문화관광예술진흥원 등 외부기관의 학교 지원 사업에 적극 공모해 지원을 얻어냈다. 학교 인근의 군부대(장성기계화학교 11전차대대)도 큰 도움을 줬다. 이 부대 군인들이 흔쾌히 일본어·영어·탁구 수업의 강사로 나서줬다. 최 교감은 “지역과 교사·학부모가 힘을 합하면 열악한 환경에 놓인 학교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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