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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지면 절반, 초과수익 땐 더…성과보수형 공모펀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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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평균 0.542%. 국내 자산운용사가 주식형펀드를 굴리고 가져가는 운용보수다(지난해 11월 말 기준). 해외주식형펀드는 더 높은 0.814%의 운용보수를 떼간다.

금융위, 자본시장 개혁 방안
현재는 무조건 0.542% 떼어가
사모펀드에 밀려 설정액 역전
로보어드바이저 5월부터 시행
ISA 활성화 위한 제도 개선 추진

그동안 공모펀드는 수익률이 좋든 나쁘든 운용보수를 일정하게 떼갔다.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투자자들은 심기가 불편했다.

원금 손실을 본 것도 속상한 데 운용사가 적잖은 보수를 챙겨갔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자, 오는 3월부터 새로운 공모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만 하다. 초과수익을 내면 운용사가 성과보수를 가져 가고, 수익을 내지 못하면 저렴한 기본보수만 떼가는 공모펀드가 선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3월 중 마무리한다고 17일 밝혔다. 성과보수는 그동안 사모펀드에서는 일반화했지만 공모펀드에선 사실상 금지됐다.

금융당국이 성과보수형 공모펀드 도입을 서두르는 건 시들해진 공모펀드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공모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처음으로 사모펀드 설정액(249조6997억원)이 공모펀드(219조6120억원)를 추월했다.

공모펀드의 매력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반 토막’을 경험하면서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었고, 최근엔 수익률마저 신통치 않다.

거기다 보수마저 높다 보니 공모펀드 가입을 꺼린다는 분석이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공모펀드의 매력도를 높여서 활성화하기 위한 주된 정책이 성과보수 도입”이라고 말했다.

성과보수형 공모펀드는 수익률과 상관없이 받는 기본운용보수가 기존 상품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수익이 별로 나지 않거나 마이너스인 경우엔 투자자 부담이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대신 초과수익을 올리면 이에 대한 성과보수를 추가한다. 예컨대 수익률 5% 초과시 성과보수율 20%를 적용하는 펀드라면, 1억원을 투자해 10% 수익률을 올린 경우(순자산액 1억1000만원) 5% 초과 수익분(500만원)의 20%인 100만원을 성과보수로 가져간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과보수는 운용사의 책임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효과가 있다”며 “투자자를 다시 공모펀드로 돌아오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얼마나 성과보수형 펀드가 활발히 출시되느냐다. 성과보수 적용이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성과보수를 채택한 펀드의 비중은 주식형의 경우 4.1%에 불과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가 더 좋은 성과를 내려 한다는 점에서 성과보수가 의미 있지만 개인별 성과보수를 계산하려면 판매사가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는 5월에 로보어드바이저(로봇+자문가) 자문·일임서비스를 본격 선보인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금도 각 은행·증권사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내놨지만 아직은 전문인력은 따로 있고 이를 보조해주는 수준이다. 하지만 5월부터는 운용인력 없이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고객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짜고 돈을 굴려줄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현재 16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 시스템 안정성·보안성 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의 개선도 추진키로 했다. ISA는 지난해 말까지 240만 명이 계좌를 개설했지만 ‘만능통장’이라던 정부의 홍보에 비해 가입자 증가세나 수익률이 저조하다. 금융위는 ISA를 활성화하기 위해 혜택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가 이를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김태현 국장은 “ISA 가입대상과 세제혜택을 늘리고 중도 인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서 세제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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