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8년 만에 아버지를 만난 딸…올해 첫'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가족관리과장이 전사자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경과보고를 하고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가족관리과장이 전사자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경과보고를 하고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가족관리과장이 전사자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경과보고를 하고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유가족관리과장이 전사자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경과보고를 하고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고인에 대한 경례를 하고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고인에 대한 경례를 하고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고인에 대한 묵념을 하고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이 고인에 대한 묵념을 하고있다

아빠는 돌이 지난 딸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고 군에 입대했다. 그 손길을 평생 잊지 못한 딸은 68년을 기다린 뒤에서야 아빠를 다시 만났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1950년 8월 기계ㆍ안강 전투에서 전사한 수도사단 17연대 소속 조영환 하사(1928년생)의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17일 열었다. 국유단은 조 하사의 딸 딸 조규순(69)씨 집을 찾아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 국방부장관 위로패, 유해수습관을 덮은 태극기, 유품 등을 전달했다.

이번 전사자 신원확인은 2000년 유해발굴 첫 삽을 뜬 뒤 118번째이며, 올해 첫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라고 국유단은 밝혔다. 조 하사는 1948년 딸 조규순씨를 낳아 행복하게 살던 중 49년 육군에 자원입대했다. 1950년 6ㆍ25전쟁이 일어나자 옹진지구 전투, 오산전투, 진천ㆍ청주 전투, 상주 화령장 전투, 함양ㆍ거창 전투를 거쳐 8월 낙동강 방어 전투에 투입됐다. 기계ㆍ안강(포항) 전투에서 북한군 12사단과 격전을 벌이다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유해는 2009년 3월 경상북도 포항시 기북면 대곡리 무명 380고지에서 야전삽ㆍ수통 등 유품과 함께 발굴됐다. 국유단은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이미 확보한 유가족 유전자와 일치하는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유단은 전사자 명단을 뒤져 유가족을 찾았다. 그 노력 중 하나로 조 하사의 고향인 경기도 화성지역(지금의 의왕시)에서 유가족을 수소문했다. 다행히 조 하사의 남동생 조태환(63)씨를 만났다. 이후 조 하사 유가족들의 유전자와 대조한 결과 조 하사와 조규순씨가 부녀 관계인 사실이 확인됐다. 2016년 12월 22일 일이었다.

딸 조규순씨는 “지금까지 사진 1장이 유일한 아버지의 유품”이라며 “4년 전 101세 연세로 돌아가신 할머니는 매일 아침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아버지의 무사귀환을 비셨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만 일찍 아버지 유해를 찾았더라면 할머니가 편안히 하늘나라로 떠나셨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유가족 수소문에 참여한 최원정(45) 탐문관은 “내 가족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백방으로 돌아다녔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하사의 유해는 유가족들과 협의를 거쳐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국유단 단장 이학기 대령은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대한민국을 목숨을 바쳐 지켜낸 호국의 영웅들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약속을 지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계신 전사자 분들이 아직도 12만 3000여 위나 계신다. 하루빨리 가족의 품에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