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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보복할까봐…사드부지 제공 망설이는 롯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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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스위스를 국빈 방문 중인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수도 베른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왼쪽) 등이 배석한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시 주석은 17일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다. 이날 베른에서는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AP=뉴시스]

스위스를 국빈 방문 중인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수도 베른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왼쪽) 등이 배석한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시 주석은 17일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다. 이날 베른에서는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AP=뉴시스]

이르면 올 상반기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하려던 한·미 양국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조짐이다. 롯데그룹 측이 경북 성주 롯데스카이힐골프장(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어서다.

롯데 “국가정책 거스를 수 없지만
당장 결정하는 건 곤혹스럽다”
국방부 “부지 계약 늦춰질 가능성”
빠르면 6월 배치 일정 차질 올 수도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 일정에 다소 유동성이 생겼다”며 “(롯데그룹과의) 부지교환 계약을 당초 이달 안에 체결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약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계약 연기 이유에 대해 문 대변인은 “롯데그룹 측에서 이사회를 열어 최종 감정평가액을 승인하는 절차가 남았는데 아직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와 롯데 측은 지난해 11월 성주골프장과 경기도 남양주의 군용지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관련 절차는 거의 완료됐다. 양측은 성주골프장과 남양주 군용지의 감정평가 작업을 지난주에 마쳤다. 성주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롯데상사의 이사회에서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부지교환을 승인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막판 계약서 서명을 남겨놓고 롯데 측이 이사회 개최를 미루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롯데의 공식적인 입장은 “롯데상사 이사들이 고려할 사항이 많아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롯데 관계자는 “기업이 국가정책을 거스를 수 없지만 당장 결정하는 게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하자 중국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롯데 측이 부담을 느꼈다는 뜻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중국 현지의 롯데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와 소방·위생점검,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사업을 생각하면 국방부와 당장 부지교환 계약을 체결해야 하지만 중국 사업을 외면할 수도 없다. 롯데에 사드는 딜레마”라고 말했다. 또 다른 롯데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선 사드 배치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야권이 집권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를 강력히 추진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정지된 상황도 롯데 측의 기류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롯데 측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합의한 사항을 준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어쨌든 국방부로선 사드 배치의 첫 단계부터 발목이 잡힌 형국이 됐다. 이달 중으로 롯데 측과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6월, 늦으면 8~9월까지 사드 배치를 마무리하려던 당초 일정을 맞추기 힘들어진다. 탄핵 국면에서 정부가 롯데를 움직일 카드도 마땅찮다. 일단 국방부는 부지교환 계약이 다음달 이후로 연기되더라도 기지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 주한미군 측에 대한 부지 제공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가급적 9~10월에 배치를 완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지 제공 절차만 끝나면 실제 배치는 크게 어렵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은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사드 포대 4개 가운데 1개를 한국에 배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주한미군의 성주골프장 사전조사 결과 ‘입지와 여건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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