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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얼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신창시절 여러 부부의 얼굴사진을 남녀별로 나누어 섞어 놓고 서로 닮은 얼굴을 짝맞추어 보게 했다.
그 신혼부부들이 25년후 은혼식때 찍은 사진을 역시 남녀로 분류해 놓고 서로 닮은 얼굴을찾게 했다.
미국 미시간대학 심리학교수「로버트·지온」(ROBERT Zajonc)박사의 연구팀이 실제로 해본 조사다.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 백인부부들을 대상으로 했다. 지난 11일자 뉴욕 타임즈지가 소개한 이 조사의 결과는 여간 재미있지 않다.
신혼부부의 얼굴은 우연히 서로 닮은 경우는 있었지만 그 확률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4반세기를 함께 살고 난 초노의 부부들은 서로 얼굴이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만에 박은듯 닮지는 않았어도 얼굴의 윤곽하며 구김살은 서로 비슷한 부부가 많았다.「지온즈」박사는 이 연구보고서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금실이 좋은 부부일수록 얼굴생김도 서로를 많이 닮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연한 확률적 결과나 운명론이 아니다.「지온즈」박사는 당당한 과학적 이론을 펴고 있다. 부부가 평생을 두고 가까이에서 함께 웃거나 때로는 함께 화를 내다보면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표정을 그대로 따르게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대 심리학군「폴·에크먼」교수는 사람의 얼굴에서 감정표현을 그대로 옮겨주는 1백가지의 근육을 찾아냈었다. 이들 근육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반응하며 그때마다 근육 속의 혈관은 일정량의 혈량을 통과시킨다.
부부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년, 몇십년을 두고 그런 감정을 똑같은 시간에 똑같이 반복하면 근육의 모양도 바뀌어 결국은 서로 비슷해 진다는 논리다.
행복한 부부일수록 그런 감정표현이 특히 왕성해 닮는 확률이 높다.「톨스토이」의 소세『안나 카레니나』의 첫 귀절이 생각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어딘가 그 불행의 모양도 다르다.』
천생배필은 하늘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부부가 함께 웃고 살면서 만들어 가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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