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 왕위전 8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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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사진)9단이 스승이자 도전자인 조훈현9단을 3대1로 꺾고 왕위전 8연패를 달성했다.

李9단은 6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37기 왕위전 결승 4국에서 초반에 실리를 많이 확보한 뒤 曺9단의 치열한 추격을 얼음처럼 냉철한 판단력으로 봉쇄, 2백55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둬 한달에 걸친 도전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뒀다. 조훈현-이창호 사제는 이번까지 68번 결승전을 벌여 李9단이 50번 승리했다.

이날 대국은 앞서나가던 李9단이 혼전을 유도하는 曺9단의 맹렬한 흔들기에 걸려들어 중앙에 커다란 백진이 형성되면서 한때 역전 무드가 감돌았다. 그러나 曺9단이 계속 강한 수로 일관한 것이 화근이 돼 사태는 다시 반전하기 시작했다.

李9단이 '신산(神算)'이란 별명 그대로 특유의 계산력을 발휘해 상대가 원하는 것을 다 내주며 승리를 굳혀버린 것이다. 대국을 검토한 이세돌9단은 "曺9단이 초반에 너무 쉽게 둔 것 같다"고 백의 패인을 분석했다.

◆하이라이트=백을 쥔 曺9단이 한바탕 흔들기에 성공하면서 중앙에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이제 백이 잠시 싸움을 멈추고 중앙을 집으로 만들면 역전도 가능한 형세. 그러나 曺9단은 내친 김에 백?들로 강력하게 패를 걸어 기어이 우변을 돌파한다.

이창호9단은 백의 손해 팻감을 묵묵히 챙기더니 도저히 견딜 수 없다는 듯 흑4, 6으로 패를 양보하며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곳(흑6의 곳)이야말로 대세를 가르는 요충이자 최대의 실속이었고 형세도 이 대목에서 흑쪽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曺9단은 원하던 패싸움에서 계속 이겼으나 바둑은 졌다.

박치문 전문기자

◇총보는 조인스 바둑(http://life.joins.com)에 접속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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